“반성 없는 기업에 단호한 판단 내려질 때”
유사 산재 유가족도 연대발언
“기본 예방조치만 지켜졌더라면
모두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
“한 가장의 일터에서의 죽음이 절대 가볍게 다뤄져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판결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
고 문유식씨 딸 문혜연씨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인우종합건설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재판부를 향해 “반성 없는 기업에 단호한 판단이 내려질 때 비로소 누군가의 가족이 일터에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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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인우종합건설 노동자 故문유식씨 유가족 대책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
올 1월 1심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인우종합건설에 벌금 2000만원, 현장소장 박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안전모 미지급, 안전난간 미설치 등 안전수칙 미준수가 확인돼 산안법 위반이 인정된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5일 전 발생한 사고였기에 인우종합건설 대표는 기소를 피했다.
피고인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딸 혜연씨는 “인우종합건설 측 항소이유서에 아버지가 평소 마시지도 않던 술을 근무 중에 마셨다는 주장이 담겼단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정말 기가 막히고 참담하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그 얘기를 들으셨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하셨을지, 그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막힌다”고 했다.
인우종합건설 측은 항소심을 앞두고 합의 의사를 타진해왔고 유족 측이 거부하자 공탁을 진행했다고 한다.
혜연씨는 이와 관련해 “인우종합건설은 마치 책임을 다한 것처럼, 마치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반성은커녕 공탁금을 내며 감형을 요구하고 있다”며 “돈은 책임을 대신할 수 없고, 반성 없는 공탁은 유족에게 모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우종합건설 측 항소는 반성을 위한 기회가 아니라 처벌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1심 실형은 절대 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토록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 앞에서 더 강한 처벌이 내려져야만 다시는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고 남겨진 유가족들이 또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사한 건설현장 추락사로 부친을 잃은 A씨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A씨는 “인우종합건설 사고와 저희 아버지의 사고의 가장 큰 공통점이, 기본적인 예방조치조차 지켜지지 않았단 것”이라며 “문유식님에게 안전모가 지급되고 안전난간이 설치됐더라면, 저희 아버지에게 안전대가 지급되고 추락방지망이 설치됐더라면 모두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아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결과에 응당하게 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도 모자란데, 인우종합건설은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1심 판결이 무겁다며 항소심을 해온 것을 보면 반성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수많은 노동자와 재해자,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태도”라며 “2심에서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 선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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