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부동산 매물 정보가 빼곡히 붙어 있다. 가격을 지우고 다시 적는 흔적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며, 최근 집값 상승세와 맞물린 호가 조정 분위기를 보여준다. 뉴시스 |
“강남은 너무 올랐고, 중저가 단지는 다시 지켜보자는 분위기에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3월까지는 호가를 맞춰서라도 사겠다는 수요자 문의가 꽤 들어왔는데, 4월 들어선 전화도 줄고 분위기가 싸해졌다”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매수세는 한발 물러섰다.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 여파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1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거래 현장에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확대 재지정한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대선이 예정된 정치 정국까지 겹치며 시장은 다시 관망 모드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올라 1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만 직전 주(0.11%)보다는 0.03%포인트 낮은 수치다.
토허제 재지정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송파 일부 지역에서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거론됐던 2월 초 0.02% 상승하며 반등한 뒤, 3월 셋째 주에는 0.25%까지 상승폭을 키우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3월 넷째 주부터 상승률은 0.11%, 4월 첫째 주엔 0.08%로 줄며 꺾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전체 기준으로 3월에는 7000건대에 달했던 아파트 매매 건수가, 4월 들어선 10일 기준 317건에 불과하다.
물론 잔여 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급감한 숫자는 수요자들의 '매수 보류' 심리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격 상승률은 강남 3구와 용산 등 토허제 지정 지역 모두에서 둔화세를 보였다.
강남구는 전주 0.21%에서 0.20%로, 서초구는 0.16%→0.11%, 송파구는 0.28%→0.16%로 각각 하락했다.
용산구도 0.20%에서 0.13%로 둔화했다.
풍선효과 우려가 제기됐던 마포(0.18%→0.17%)·성동(0.30%→0.20%)·양천(0.20%→0.14%)·광진(0.13%→0.06%) 등도 상승폭이 줄었다.
경기도 과천(0.19%) 역시 상승률이 전주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서울의 상승세에 따라 0.01% 오르며 반등했지만, 경기는 4주 연속 보합세 끝에 0.01% 하락하며 반대로 돌아섰다.
전국 아파트값은 0.02% 하락해 3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전세 시장도 서울은 0.02% 오르며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강남(-0.01%)과 서초(-0.08%)는 하락 전환했고, 송파·강동·마포 등 주요 지역은 상승폭이 둔화됐다.
이처럼 시장이 관망 국면으로 접어드는 배경엔 정치 불확실성과 정책 공백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탄핵 정국은 일단락됐지만, 대선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 결정이 일단 멈춰 선 시기인 만큼,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시장이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1분기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준금리 동결 등으로 매수자들의 기대 심리가 작용하면서 거래가 일부 살아나는 모습도 있었지만, 현재는 다시 관망과 반복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