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 “75개국이 우리와 접촉
국가별 맞춤형 협상 시간 소요”
트럼프 “시장 보니 사람들 불안”
국채 보고 결정한 것 사실상 인정
참모진 “거래의 기술” 포장 무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상호관세 부과 13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관세 부과를 90일 미룬 것과 관련해 각국과 ‘맞춤형 협상’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내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경제 상황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본능적이고 즉흥적 대처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주식시장 급락 때문에 상호관세를 유예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많은 요청이 있었고 75개국이 우리를 접촉했기 때문”이라며 “각 국가에 대한 해법은 맞춤형으로 할 텐데 시간이 약간 걸릴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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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과 스캇 배센트 재무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백악관에서 관세 유예 결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직접 관여한 네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바꾸게 만든 것은 시장”이라며 “경제 혼란, 특히 국채 수익률의 급등”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채 시장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냐는 언론 질문에 “국채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내가 어젯밤에 보니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인정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중대 결정이 즉흥적이고 변덕스럽게 이뤄지면서 참모들도 유예 결정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을 ‘처음부터 계산된 전략’으로 포장하느라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와 정치권, 시장의 반발에도 꿈쩍 않았다.
금융시장이 요동쳐도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에 “지금은 매수하기에 아주 좋은 때”라는 글을 올리고선 3시간 뒤 입장을 뒤집어 유예 결정을 발표했다.
그러자 베선트 재무 장관은 “처음부터 대통령의 전략이었다”고 둘러댔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이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라고 되레 언론의 ‘눈치’를 탓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도 “미국 대통령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마스터 전략”이라고 포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채시장을 보고 결정했다”고 직접 말하면서 참모들의 뒷수습은 무색해졌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관세에 나선 중국에 예정대로 125% 관세를 부과하면서 화력을 집중했다.
집중 표적이 된 중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산 수입품에 8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대미 맞대응 카드로 할리우드 영화 수입 축소 카드를 꺼냈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미국 영화 수입량을 적절히 줄일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함부로 부과하는 잘못된 행위는 국내 관객의 미국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더욱 낮출 것”이라고 했다.
시장 규모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는 점에서 중국 영화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면 미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유예 대상이 된 국가들은 협상 모드로 전환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EU는 미국산 상품에 부과하려던 보복관세를 90일간 보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대미 협상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다음주 각료의 방미를 추진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는 관세 문제에 공동대응을 하자는 중국의 요청에 “중국과 손잡을 것 같지 않다”며 공개 거부했다.
워싱턴·베이징=홍주형·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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