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관세 전쟁'의 판을 새롭게 전개하는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등 통상 정책을 지휘하는 참모들의 위상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에 자신의 관세 전략뿐만 아니라 통상팀도 완전히 바꿨다"며 베선트 장관이 관세 정책의 중심에 위치하고, 상호관세 결정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나바로 고문은 주변으로 밀려났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전에 백악관 정책 결정 그룹에서 배제됐다는 평가가 나왔던 베선트 장관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미국의 통상 정책이 이성적 목소리의 '공정 무역(fair trade)'으로 이동했다고 폴리티코는 해석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주재의 각료회의에서 다른 나라들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베선트 장관, 당신과 협상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고 밝힌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도 이 협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베선트 장관은 자신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핵심 정책 결정 그룹 주변부로 밀려난 나바로 고문과 관련해서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무역 강경파를 신뢰하고 있으며 나바로 고문의 공격적인 포퓰리즘을 존경한다"면서도 "다만 나바로 고문이 중심에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나바로 고문이 아직 공식적인 권한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나바로 고문이 협상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각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무역 조치 등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다.
나바로 고문의 역할은 단지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결단한 시점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나는 베선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 및 전문적인 일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해왔다"고 답하면서 나바로 고문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선트 장관과 함께 언급한 러트닉 장관이 '나쁜 경찰'과 같다고 분석했다.
상대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밀어붙여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오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러트닉 장관이 관세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에 많이 나서고 있으나, 그의 거칠고 투박한 화법으로 인해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러트닉 장관의 TV 출연을 차단하려 한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한 전직 행정부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은 말할 때 공격적인 어조를 사용하는데, 외국 지도자들은 그것이 거만하다고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로 인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설명하면서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작은 나사를 조이는 수백만의 군대"라고 표현하는 등 거친 설명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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