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향해 남부 텍사스에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관세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강물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때에 이어 2기 정부 들어서 재점화하고 있다.
![]() |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빅벤드 국립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리오그란데 강의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 |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의 물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단기적 조처를 포함해 전반적인 우리의 제안을 어제(10일) 미국측에 전달했다”며 “여기에는 미국 텍사스 농민들을 위해 즉시 물 방류량을 늘리는 안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3년간 양국 국경 지대의 심각한 가뭄으로 가용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 |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협정은 81년 전 체결된 국경 지대 강물 활용 협약을 말한다.
육로 국경을 길게 맞댄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 지역 하천의 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논의하다 1944년에 관련 협약을 했다.
협약에 따르면 멕시코는 당시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 유량 중 3분의 1가량인 4억3000만㎥가량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약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다만 멕시코는 논의 당시에 계절적 요인에 따른 브라보강 수량 변동성을 이유로 5년에 한 번씩 합산해 할당량을 채우기로 했다.
예컨대 3년간 수량 부족으로 방류량이 적으면, 다른 2개년에 걸쳐 보충한다는 취지다.
멕시코에서 보내는 브라보강 강물은 주로 텍사스 농가에 공급된다.
그러나 최근 30년간 멕시코는 정해진 만큼의 물을 미국 쪽으로 공급하지 못했다.
기후 변화에 더불어 북부 국경 지대에 자동차·전자제품 생산 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멕시코 내부에서 쓰는 수량이 급속히 늘었기 때문이다.
![]() |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의 리오그란데 강. 로이터=연합 |
임기응변으로 발등의 불을 끄는 과정에 멕시코 북부에서는 농민과 주 정부를 중심으로 “우리도 쓸 물이 없다”며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사상자도 속출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