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가급등 영향으로 부활절을 준비하는 서구사회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은 20일로 예정된 부활절 명절을 앞두고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계란 대신 감자나 마시멜로, 돌 등으로 가짜 부활절 계란을 만드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껍질에 그림을 그린 계란을 나눠먹으며 축복을 비는 풍습이 인플레이션과 조류인플루엔자 영향으로 인한 계란값 급등으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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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만든 가짜 부활절 계란. 페이스북 캡처 |
골판지로 계란 모양을 만든 뒤 알루미늄 포일 등으로 감싸 가짜 계란을 만드는 방법도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과거 2023년 부활절을 앞두고 계란값이 오르면서 일시적으로 유행했던 방법이라고 ABC는 전했다.
그러나,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이러한 유행이 더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여전히 부활절을 준비하기 위해 계란을 구매하는 미국인이 대다수이지만 계란 구매량은 줄고 있다.
계란 장식 키트를 판매하는 업체인 파스(Paas)는 설문에서 응답자의 94%가 올해 부활절에도 계란을 장식할 것이라고 했지만, 78%는 전보다 계란을 조금만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신 플라스틱이나 찰흙으로 만들어진 장난감 계란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공예품 소매 업체인 마이클스는 계란 모형 키트 판매가 전년도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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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토끼. EPA연합뉴스 |
독일 연방제과산업협회(BDSI)는 올해 부활절을 앞두고 생산한 토끼 초콜릿이 2억2800만개로 작년보다 5.1% 감소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회원사 절반 이상이 생산량을 줄였다며 코코아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늘어난 게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코아 가격은 2023년 약 70%, 지난해는 약 160% 올랐다.
전 세계 물량의 4분의 3을 생산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이상기후와 그에 따른 병충해 영향으로 몇 년째 흉작이 계속된 탓이다.
부활절에 토끼 모양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은 토끼가 부활절 전날 밤 달걀을 숨겨놓는다는 옛 독일 민담에서 시작해 서양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설문에서 미성년자 자녀가 1명인 독일인 부모의 44%, 자녀가 2명이면 64%가 초콜릿 토끼를 선물하겠다고 답했지만 불경기와 물가 급등 속 이러한 풍습마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흐름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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