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1만~14만 건… 고령화로 증가세
환자 20~40%가 편마비 등 후유 장애
전문 재활 받으면 예후 확연하게 차이
최근에는 로봇 등 활용해 효과 극대화
향후 뇌졸중 단계별 치료체계 형성을
뇌졸중은 암, 심장 질환과 함께 국내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한 해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는 11만∼14만건. 고령화로 인해 뇌졸중 발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뇌졸중은 환자의 20∼40%가 후유 장애를 겪는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언어 장애, 편마비(반신마비), 인지기능 장애, 보행 장애 등 다양한 후유증이 생기면 노년기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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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뇌졸중 초기에 팔걸이만 해줘도 이런 통증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뇌졸중 직후 ‘집중입원재활치료(Intensive Inpatient Rehabilit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뇌졸중 이후 재활의 중요성은 ‘뇌 가소성(Neuroplasticity)’과 연결된다.
뇌졸중으로 뇌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면 손상 부위에 해당하는 기능을 잃게 되지만, 이후 뇌는 새로운 회로를 만들거나 기존 회로의 연결을 시도하며 기능 회복이 가능해진다.
이런 가소성 덕분에 학습과 재활을 통해 손상된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
이처럼 전문 재활을 받으면 예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뇌신경재활학회지에 2016년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집중재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 분석한 결과 6개월 후 예후에 차이가 나타났다.
집중재활치료를 받은 그룹에서는 악화 3.1%, 유지 23.7%, 호전 73.2%였던 반면, 집중재활을 받지 않은 그룹에서는 악화 4.7%, 유지 43.3%, 호전 52%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장애 정도가 높을수록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질병관리청이 2020년 발표한, 10년간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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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언어치료의 예를 들면, 언어는 보통 왼쪽 뇌가 관장합니다.
왼쪽의 앞부분이 말하는 기능, 뒤쪽이 말을 이해하는 기능이죠. 환자가 말을 하지 못하면 왼쪽 앞쪽 뇌에 자기장으로 자극을 줘서 기능을 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여기에 오른쪽 뇌는 ‘뮤지컬 브레인’이라고, 음악을 담당하는 뇌예요. 여기에 자극을 주면 리듬처럼 말이 나오기도 해요.”
최근에는 로봇 재활도 많이 활용된다.
손가락 재활처럼 미세한 운동을 반복적으로 해줘야 하는 경우, 로봇을 손에 착용하면 반복 운동, 자극, 저항 운동까지 모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재활은 무엇보다 전문 재활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낙상 위험도 있고, 재활 후 움직임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뇌졸중 환자 중 유난히 쿵쿵 소리를 내며 다리를 크게 저는 분들이 있습니다.
뇌졸중으로 경직이 생겼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손, 발, 팔, 다리 이렇게 하나씩 근육을 세부적으로 쓰지 못하고 주변 근육까지 크게 쓰는 ‘덩어리’ 움직임이 생깁니다.
빠르게 움직이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잘못된 습관이 만들어진 거죠. 뇌졸중 이후 근육 사용은 백지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
재활에서 환자의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유 교수의 환자 중 40대 후반 환자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언어 능력 평가에서 85점으로 생활에 문제가 없었고, 다른 한 명은 50점 수준으로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50점 환자는 열심히 재활해 언어 능력이 70점으로 향상됐고, ‘장애인 전형’으로 회사에 취직도 했다.
반면 85점 환자는 상황에 좌절하며 재활을 포기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뇌졸중 후유증을 겪으며 우울증 등으로 의욕 저하를 경험한다.
유 교수가 “재활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잘했어요’, ‘좋아지고 있어요’라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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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돈 대한뇌신경재활학회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뇌졸중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다”며 “뇌졸중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발병 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성기부터 언어 장애, 편마비(반신마비), 연하장애(삼킴 장애) 등에 대해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
기본적으로는 빠를수록 좋다.
대한뇌신경재활학회는 24∼72시간 내 급성기부터 근육 위축을 방지하는 ‘침상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발병 24시간 이내 재활의 효과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진료지침에 포함돼 있다.
뇌졸중 재활진료지침(CPG)은 2006년 뇌졸중 재활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필요성이 제기돼 2009년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개정을 거쳐 지금은 4차 개정판이 나왔다.
최근 개정을 통해 조기 가동, 근력 강화 운동, 유산소 운동, 기능적 전기자극, 로봇, 가상현실, 균형훈련, 보툴리눔 독소 등 24개 항목의 필요성을 ‘PICO’ 방식(Patient, Intervention, Comparison, Outcome)으로 평가해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곧 진입하는 만큼 뇌졸중의 급성기, 아급성기, 회복기로 이어지는 단계별 치료 체계가 잘 형성돼야 합니다.
아쉬운 것은 아급성기 치료의 중요성은 인식됐지만, 저수가로 인해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회복기 치료 체계는 아직 형성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평생 이어지는 회복기 치료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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