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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순경]"체포보다 예방이 우선"…메시지로 범죄 막는 홍보실 막내

편집자주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제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공공기관이라며 이체·현금인출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


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 무인 계산대(키오스크)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다이소는 지난해 6월부터 고객들이 물품을 구매하기 전 보이스피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배너 문구를 표출하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이 배너 문구를 보고 수상한 전화를 끊었다"고 말한다.
과거 현수막이나 포스터 등에 그쳐 외면받던 경찰의
범죄 예방 홍보 메시지가 일상생활 속 친숙한 장소까지 확장되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해당 문구는 경기북부경찰청 홍보담당관실 김주홍 경장(34)의 아이디어다.
아시아경제가 만난 김 경장은 범죄 예방 및 정책 홍보 분야에서 '창의력 엔진'으로 통한다.
마약,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도박, 악성사기, 딥페이크 등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 예방을 위해 다양한 채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적 소통 전문가다.


과거 경찰 홍보는 포스터, 현수막 등 오프라인 중심의 단방향 안내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 경장은 기업, 인플루언서, 소셜미디어(SNS) 등 다채로운 소통 채널을 넘나들며 대중의 참여와 공감을 이끄는 쌍방향 소통형 홍보를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약 범죄의 어두운 실상을 그려낸 영화 '야당'과 협업해 진행한 마약류 척결 캠페인이다.
시사회 참석 관객을 대상으로 마약 진단 키트를 배포하고, 상영 전 스크린에 마약범죄 근절 메시지를 송출했다.
관객들은 "마약은 손도 대지 말아야겠다", "이런 캠페인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 경장은 "경찰 포스터 등 단순 홍보를 넘어 문화 콘텐츠 속에 예방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던 사례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3월 10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인생2회차와 협업해 제작한 보이스피싱 범죄예방 쇼츠 영상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각각 165만, 752만 조회수를 이끌어냈다.
35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와도 로맨스스캠 예방 홍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경찰은 매월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서 가장 우수한 경찰 홍보 사례를 선정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무려 8차례나 우수사례로 뽑혔다.
그 중심에는 김 경장의 기획력과 감각이 있었다.
타 시·도경찰청에서도 홍보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할 정도다.
김 경장은 "경찰 조직에서도 유연하고 재밌는 홍보가 많아진다는 얘기라 뿌듯하다
"고 전했다.


2020년 경찰에 입직한 김 경장은 경기 연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근무할 당시 고령층과 군인이 투자 사기, 딥페이크 등 신종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을 느꼈다.
그는 "범죄는 피의자 검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홍보 업무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홍보는 범죄 예방과 정책 메시지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야 하는 고도의 기획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단순히 포스터 등을 통해 정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국민이 이해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소통의 예술'인 셈이다.
112 신고 출동, 범죄 현장 업무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한 보직'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상은 조직 신뢰와 정책 전달을 책임지고 있는 고난도 전략 직무라고 할 수 있다.


김 경장은 "공신력과 신뢰성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라는 조직 특성상 콘텐츠 기획을 할 때마다 메시지 표현 방식 하나하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 외부와 협업할 때 방향성 차이로 조율 과정이 길어지는 등 예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 경장은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엔 국민 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분석하고, 다음 캠페인에 반영할 인사이트를 찾는 작업을 이어간다.


요즘에는 더욱 정교해진 신종사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인공지능(AI)으로 지인의 목소리를 복제해 돈을 요구하거나, 요금 미납을 사칭한 링크를 보내는 메신저 피싱, '단기 고수익 알바'를 내세워 선입금을 유도하는 등 사기 범죄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 연령대도 10~20대부터 중장년층, 고연령층 등 다양하다.
이에 대해 김 경장은 "(그만큼) 누구나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드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무섭게가 아니라, 공감되게 그리고 기억에 남게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경장은 퇴근 후, 휴무 때는 게임이나 영화, 뮤지컬, 박람회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예술 장면, 연출 방식 등 그 속에서 홍보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홍보 업무 특성상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과 챌린지(캠페인성 콘텐츠) 트렌드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은 오히려 '잘 쉬는 것도 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직업병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경장은 "범죄를 미리 막는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결국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안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범죄도 디지털화되며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고 고도화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경찰도 빠르게, 때론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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