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 겨냥 “이기지도 못할 전쟁 시작” 비난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15 09:27:16

전쟁을 푸틴·젤렌스키·바이든 3인 탓으로 돌려
“우크라보다 20배 큰 러시아와 싸우지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년 넘게 지속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3명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를 겨냥해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시작했다’는 취지로 맹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는 비공개 회담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던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세 사람 때문에 수백만명이 사망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가 말한 ‘세 사람’이란 푸틴, 젤렌스키 그리고 바이든이다.

트럼프는 “물론 푸틴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하지만 자신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던 바이든과 젤렌스키가 두 번째 책임자”라고 말했다.
특히 젤렌스키를 지목해 트럼프는 “그는 미사일 구매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빈정댔다.
이어 “어떤 지도자가 전쟁을 시작하려고 할 때 그는 과연 이길 수 있는지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며 “(젤렌스키는) 자국보다 20배나 더 큰 상대방과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월28일 외교적 재앙으로 끝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젤렌스키는 “살인자에게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살인자’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다.
이에 푸틴과 종전 협상에 나선 트럼프는 젤렌스키 면전에서 “무례하다”고 쏘아붙였다.
젤렌스키가 노리는 것이 결국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간의 제3차 세계대전 아니냐고 다그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재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위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도중 격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젤렌스키가 당황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아직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준비가 되면 다시 오라”는 말로 정상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젤렌스키는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일찌감치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내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앞서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에 관해 정중히 사과했다.

한편 젤렌스키는 지난 13일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향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키이우를 방문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1월20일 취임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 난 뒤 현재까지는 물론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찾지 않았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