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뉴스
사회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멈춘 공장, 멈출 수 없는 삶”… 영풍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속 석포마을 가보니 [밀착취재]

50년 넘게 쉼 없이 돌아가던 굴뚝이 멈췄다.
은빛 수증기를 내뿜던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월 58일간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고 가동을 멈췄다.
조업정지는 공장 셧다운을 넘어 석포면 전체의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

15일 석포면으로 향하는 대현리 마을 입구에는 ‘환경단체와 외부세력은 우리의 일터를 흔들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방문객을 맞았다.
또 다른 현수막에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 제련소와 함께’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15일 정오쯤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거리. 식당이나 마트를 오가는 손님으로 가득 붐비던 이전과 달리 석포제련소 조업 정지로 썰렁하다.
이 마을에서 33년째 마트를 운영한 강은영(58)씨는 요즘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고 했다.
강씨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건강이 나쁘면 살 수가 있겠냐”면서 “낚시용품도 가져다 놓고 파는데 자꾸 환경 문제를 지적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이경옥(56)씨도 말을 보탰다.
이씨는 제련소 조업 중지로 식당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 10년간 제련소는 어떤 곳보다 환경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무조건적으로 이전하라니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세워진 세계 4위 규모의 아연 생산 제련소다.
연간 매출은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석포면뿐 아니라 봉화군, 경북 북부권, 인근 강원 태백시의 지역 경제를 담당하고 있다.

석포면의 주민등록 인구는 2000여명인데 생활 인구까지 더하면 거주 인구는 더 많다.
대부분이 제련소 직원과 그 가족, 관련 상공업 종사자다.
실제로 제련소 사택에는 565세대가 살고 있는데 제련소 없이는 마을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석포초등학교는 90명, 석포중학교는 5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경북 북부권에서 이 정도의 학생 수를 유지하는 마을은 석포면이 유일하다.

15일 경북 봉화군 석포면으로 향하는 대현리 마을 입구에 ‘영풍석포제련소는 우리가 지킨다.
외부 환경단체는 간섭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업 정지에도 불구하고 제련소 직원은 정상 출근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과 안전을 주제로 한 교육을 받는다.
매주 수요일에는 마을 환경정화와 꽃길 조성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
영풍은 이번 정지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영풍은 현재까지 환경 개선에 4400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수년간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무해한 제련소’로의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세계 제련소 최초로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모두 재처리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안전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제련소의 설명이다.
안전관리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굴뚝은 멈췄지만 삶은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매일 아침 문을 여는 식당과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 등 그들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제련소 관계자는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겠다”며 “지방 소멸 시대에 환경과 지역 산업이 공존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제련소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봉화=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html>
�먮뵒��
HTML�몄쭛
誘몃━蹂닿린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