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세 협상 대표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임명하면서 일본 내에서 베선트 장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과거 헤지펀드 매니저 시절 '아베노믹스(아베+경제(이코노믹스)의 합성어)' 정책을 분석해 큰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베선트 장관은 '일본을 잘 아는' 인물로 관측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6일 미·일 관세 협상이 국제경제 시스템을 재편하려는 '베선트 구상'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14일 전망했다.
베선트 장관은 작년 가을 연설에서 "브레턴우즈 체제는 재편되고 있다.
나는 평생 국제경제정책을 연구해왔으며, 그 재편에 관여하고 싶다"고 밝힌 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됐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한 달러'와 '안보 우산'을 바탕으로 패권국으로서 세계 질서를 유지해왔지만, 그 대가로 막대한 무역·재정적자를 떠안았다.
이를 뒤바꿀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연유로 이번 미·일 협상의 주요 목표는 ▲미국 제조업 강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강달러 수정 ▲동맹국과의 안보 부담 분담 등 3가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미국 제조업 강화를 꾸준히 외쳐왔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는 조선 산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요구 중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언급하면서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다른 주요 목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휘를 유지하면서 현재의 달러 강세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강달러는 무역적자를 부르는 필연적 요인이다.
닛케이는 "베선트의 목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강달러를 수정하는 좁은 길을 찾는 것"이라고 짚었다.
베선트 장관은 "두 가지는 모순되지 않는다"며 "1980~9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국제 통화 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예컨대 그는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중앙은행이 참여한 거시경제정책 공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당시 미국은 무역과 재정 등 '쌍둥이 적자' 해결을 위해 일본, 영국, 프랑스, 서독 등과 달러화 약세에 합의한 바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재무부 경제학자 출신의 스티븐 미란은 더 급진적인 구상을 품고 있다.
그는 각국이 미 국채를 매각해 달러 약세를 유동하는 등 더 급진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이런 국제공조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협력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관세 카드'를 국제공조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베선트 장관이 일본의 약점을 잘 안다는 점은 불리한 요인이다.
닛케이는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안보 문제를 무역·통화 문제와 분리해 접근해왔다"며 "이는 안보가 협상 이슈로 부각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추가 양보를 강요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정통한 베선트 장관이 이를 협상에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남부 출신의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인 베선트 장관은 1984년 예일대(정치학)를 졸업했다.
그는 1991년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가 세운 퀀텀펀드의 런던사무소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경제정책의 핵심인 아베노믹스를 철저히 분석해 엔저 상황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예일대학교에서 경제사를 가르친 이력도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참모 중 '온건파'로 분류된다.
4월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 증시와 채권시장이 흔들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90일의 상호관세 유예를 설득시키면서 관세 정책의 핵심으로 최근 재부상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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