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해역 선상 추모식…입술 꽉 깨물던 유가족 결국 ‘오열’
대전현충원 18명 의사자 기억식…고(故) 김초원 교사 37번째 생일
인천가족공원에선 일반인 희생자 추모…안산 화랑유원지 ‘정부 행사’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은데 얼굴을 잊을까 봐 무섭다.
”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 선상 추모식에 참석한 27명의 유가족을 태운 목포해경 함정은 무겁게 뱃고동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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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시민들이 추모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갑판 위 벚꽃 조형물에 ‘보고 싶다’, ‘그리운 나의 똥강아지’ 등을 적은 노란 리본을 달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써 내려 갔다.
출석을 부르듯 단원고 희생자가 한 명씩 호명되자 유가족들의 눈에 이슬이 맺혔고, 목 놓아 우는 대신 입술을 꽉 깨물거나 두손을 모으며 애통함을 달랬다.
한 유족은 “어째서 얼굴이 생각나질 않는 거야”라며 결국 오열했다.
선상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 신항으로 자리를 옮겨 기억식을 가졌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김정화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벚꽃이 피는 4월이지만 달력에서 찢어버릴까 하는 마음도 생겼었다”며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혹시 내 아이가 아닐까 하는 두근거림으로 눈길을 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선 세월호 참사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18명을 기리는 기억식이 열렸다.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던 순직교사 고(故) 김초원씨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기일이 돼버린 딸의 생일에 애달픈 축하를 보냈다.
김씨는 “우리 딸 37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며 “그곳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는지, 아빠랑 팔짱 끼고 데이트하겠다는 너의 약속이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은 몰랐다”고 마음속 얘기들을 쏟아냈다.
행사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해 진상 규명에 대한 연대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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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깃발. 경기도 제공 |
4·16재단이 주관해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행사에는 유가족과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곳 추모관에는 일반인 희생자 45명 가운데 37명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다.
이날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부 주관의 공식 추모행사가 열렸다.
4·16재단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등이 주관한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시민, 국회의장, 국회의원 등 2000명 넘는 인파가 몰려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경수·김동연·이재명 등 대선 경선 후보 3명과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지만 국민의힘에선 경선 후보들 없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강명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만 행사장을 찾았다.
이재명 예비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열한 번째 봄, 이제는 정말 국가가 그 책임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모두에게 두터운 국가의 보호막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죄스럽지 않은 봄을 맞을 수 있다”고 적었다.
김동연 예비 후보(경기도지사) 역시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는지 스스로 되물어본다”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에 세월호에서, 세월호와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희생자들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송기춘 위원장은 “특조위는 앞으로도 사회적 참사가 남긴 과제와 교훈을 바탕으로 더 자유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교육부는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 현장에서 안전과 생명 존중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산=오상도 기자,?최우석·이예림·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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