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승자가 브라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해외 언론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대두에서 쇠고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미국 이외 지역에서 수입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와 중국 간의 1차 무역전쟁 당시 남미로 공급망을 넓힌 중국이 미국 농가 대신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FT에 따르면 중국의 식품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20.7%에서 2023년 13.5%로 폭락했지만, 브라질은 같은 기간 17.2%에서 25.2%로 확대됐다.
브라질은 지난해 중국에 대두 7252만t을 수출했는데, 지난 2010년 이후 280% 늘어난 양으로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의 73%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2721t의 대두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이에 미국 농가에서는 트럼프 정부에 중국과의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대두협회의 케일럽 래글랜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농업 경제는 첫 임기 때보다 훨씬 약해졌다.
1차 무역전쟁 이후 우리는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약 10%를 잃었고 두 번 다시 찾지 못했다"며 "중국과 협상을 성사해 달라. 합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미국 대두수출위원회의 짐 서터 최고경영자(CEO)도 "1차 무역전쟁 당시 브라질산 대두는 미국산보다 약 20% 비싸게 팔렸다.
이는 브라질 농업 부문에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고, 미국의 인프라 및 신뢰성 기반 경쟁력을 약화했다"며 브라질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8일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은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오랜 우방과 가까운 교역 상대에 특히 큰 고통을 주고 있지만 브라질부터 인도, 터키, 케냐 등 경쟁 상대에게는 오히려 희망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상호관세 최저 수준인 10% 관세를 부과받은 농업 강국 브라질의 경우 미·중이 주고받는 보복 관세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두 외에도 중국이 미국에서 다량 수입해온 쇠고기, 닭고기, 옥수수, 수수, 밀 등이 관세 영향을 받고 있다.
또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승자는 브라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대두 등 브라질산 농산물을 이미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고, 면화에서 닭고기에 이르기까지 브라질의 모든 공급 업체는 중국 특수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며 "브라질은 철광석 및 기름도 풍부해 중국에 원자재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올해 들어 9% 상승했으며, 브라질 헤알화도 강세다.
아울러 브라질은 아시아를 제외한 가장 큰 신발 생산국으로, 중국(145%)보다 낮은 관세로 인해 신발 등 경공업 제품이 미국에 대거 수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WSJ은 "미국이 브라질과의 교역에서 만성적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브라질 관세가 급격하게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며 "브라질이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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