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철거 반발해 천막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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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집창촌인 일명 '미아리 텍사스촌' 강제 철거에 반발한 철거민 등이 새벽부터 천막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다빈 기자 |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집창촌인 일명 '미아리 텍사스촌' 여성들이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쫓겨나면 천막이나 길에서 살아야 한다"며 강제 철거에 반발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촌 철거민 20여명은 17일 오전 5시30분께부터 성북구청 앞 인도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는 성노동자해방연대 등의 단체까지 모이면서 농성 인원은 5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집장촌 재개발 전문 롯데건설 각성하라', '협의 없는 강제 수용 절대 반대', '우리 피땀으로 번 돈 임대금 받아 호의호식 한 건물주들은 각성하고 이주대책 강구하라' 등이 적힌 노란색과 보라색 피켓을 목에 건 채 "생존권을 쟁취하자", "성북구청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바리케이드와 성북구청 계단에는 '갑질. 악질. 롯데건설 아웃(OUT)' 등이 적힌 피켓이 걸려 있었다. '미아리 성노동 우리는 살고 싶다'고 적힌 빨간색과 연보라색 원피스도 눈에 띄었다.
철거민 여성 2명은 전날과 같은 잠옷 차림이었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붙들고 "주둥이가 달렸으면 말해봐라. 우리는 살고 싶다. 오늘 여기서 죽어 봐야 말할 거냐"고 외치며 전날 법원의 명도집행에 항의했다.
김수진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제가 뒤로 넘어갈 뻔했다. 악을 쓰고 옆에서 세게 누르다 보니 몸이 쑤신다"며 "잠옷 꼴로 속옷도 못 입은 상태로 달랑 휴대폰 하나 들고 나왔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듯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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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촌 철거민 50여명은 17일 오전 5시30분께 성북구청 앞 인도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다빈 기자 |
김 위원장은 "천막 설치를 하겠다고 정중하게 얘기를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며 "철거할 거면 우리 몸까지 같이 가져가라고 했다. 천막은 24시간 계속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철거민 여성도 "물건 던져주고 가라고 했다. 집 앞도 차로 막아놔 위협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폭력이었다.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가면서 내쫓아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주거 해결할 곳이 없다. 천막이나 길에서 살아야 한다"며 "쫓겨난 사람인데 어디 가서 사냐. 못 산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경력 50여명을 배치하고 성북구청 앞에 노란색 질서유지선과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넘어 성북구청으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철거민 여성 2명을 에워싸며 대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로 돌아가라. 채증 하겠다"고 안내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전날 오전 10시5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미아리 텍사스촌 철거민 2명에 대한 명도집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남아 있던 성매매 여성이 집행 인력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다행히 경찰에 체포되거나 부상을 입은 이들은 없었다.
미아리 텍사스촌이 있는 신월곡 1구역은 지난 2022년 1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공식적으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재개발을 위한 부분 철거가 시작됐다.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23일부터 성북구청 앞에서 성노동자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해왔다.
answer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