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관세 정책 본격 발효에 대비해 2~3개월 물량의 재고를 비축하며 경기가 인위적으로 부양되고 있지만 이 같은 재고 축적 효과가 사라지면 올 여름께 경제 활동이 둔화될 수 있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의 경고가 나왔다.
7월을 전후해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이 가시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0일(현지시간)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재고를 비축하고 있고 이 같은 갑작스러운 구매 열풍은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 활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종류의 선제적 구매는 (소비자보다) 기업 측에서 훨씬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이 60일, 90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재고를 선제적으로 비축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굴즈비 총재는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기업들이 수입 부품을 대량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수입차 관세 발효에 이어 다음 달 3일 차 부품 관세 발효를 앞두고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차 부품을 수입, 재고를 축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들은 미국이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고가 소비재 상당수를 수입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은 모든 교역국에 기본관세 10%만 적용하고 국가별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했지만, 중국에는 상호관세 125%와 펜타닐 관세 20%를 합쳐 총 14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스마트폰·PC 등 일부 전자제품에는 상호관세 적용을 면제했지만 다른 제품의 경우 중국에서 들여 올 경우 1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굴즈비 총재는 "90일 이후 (상호)관세 재검토 시 그 규모가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다"며 일시적인 경제 활동 상승세가 이어지다가 여름에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으로 수입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올해 2월 미국 수입은 4011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던 1월(4012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음료수 용기업체 드래곤 글래스웨어도 6월까지 버틸 수 있는 재고를 확보했다.
기업들의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다.
드래곤 글래스웨어의 맷 롤런스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 전문 방송 CNBC에 "145%의 대중 관세를 납부하면 소비자 가격을 최소 50% 인상해야 해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은 올 여름 경기 및 인플레이션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관세 본격 발효 전 확보해 둔 재고가 떨어지면, 기업들이 6월께부터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로 소비자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어서다.
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자동차 딜러들의 평균 재고량은 89일치다.
6월이면 재고가 동이 난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이달초 언론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관세 시행 전 확보해 둔 30~60일 분량의 재고가 있어 4월보다 6월 가격(상승)을 얘기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 지표는 견고하지만 우리가 보는 일부 변화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2.4%를 기록해 2월(2.8%)보다 큰 폭으로 둔화했다.
하지만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굴즈비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Fed 의장 해임을 공개 거론한 것을 놓고 통화당국의 독립성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은 통화정책이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데 사실상 만장일치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의문시되는 환경으로 이동하지 않길 강력히 희망한다.
그건 Fed의 신뢰성을 약화시킨다"고 경고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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