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몇살쯤 돼 보여요?"
18일 10시께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돌봄 로봇 리쿠는 이마의 카메라로 김용득씨(90)를 스캔한 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김씨와 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김씨는 "집에 가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 심심한데, 로봇이 대화가 되고 움직이니까 신기하다"고 말했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복지관 로비에 자리 잡은 돌봄 로봇 효돌이와 리쿠, 바둑 로봇이 그 주인공들이다.
복지관 입구에 주차된 '서울 AI(인공지능) 동행버스'에는 데이터 기반으로 시력과 치아를 검사하는 기계, 두뇌 운동 게임이 설치된 미러 키오스크가 있었다.
이 버스는 일상 속 AI 기술을 노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서울디지털재단이 마련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서울시 내 고령자가 많이 방문하는 복지관, 경로당 등 기관에 서울 AI 동행버스를 파견 중이다.
서울 AI 동행버스에서는 헬스케어(눈 건강, 치아관리), 돌봄로봇(대화용, 교육용), 미러키오스크(여가지원), 일상지원(챗GPT, 바둑로봇) 등 총 7종의 AI 기반 디지털 기기 및 로봇 체험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키오스크와 같이 노인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디지털 기기가 아닌 AI 기반의 새로운 기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도 노인들은 "어렵지 않아요?"라고 물으면서도 "AI 뭐 한대"라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돌봄 로봇 '효돌이'와 '리쿠'였다.
노인들은 기지개를 켜고, 반갑다고 인사하는 리쿠에게 손을 흔들었다.
리쿠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오늘 날씨를 물어보기도 했다.
로봇과 눈을 맞추던 정부덕씨(77)가 고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며 고민을 털어놓자, 리쿠는 "잠깐 쉬면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노인들은 효돌이를 끌어안고 "효돌아 트로트 불러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의료 분야 AI 서비스 체험도 노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의료 데이터가 누적된 기계가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시력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덕일씨(80)는 "요즘 AI가 만물박사 같다"며 "안과보다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허리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챗GPT에게 건강 상담을 받기도 했다.

바둑 로봇과의 오목 시합에 열중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특히 박영규씨(79)는 바둑 로봇을 여러 번 찾았다.
박씨는 "수가 빨라 내가 미처 못 읽어서 두 번 다 졌다"며 "혼자 있으니 머리를 자꾸 써야 치매가 안 오는데, 이 로봇 많이 비싼가"라고 묻기도 했다.
박명일씨(78)는 시합에서 이긴 뒤 웃으면서 "내가 수를 어디다 놓을지 너무 잘 안다"고 했다.
그는 시합이 끝나자 바둑돌을 정리하는 로봇을 보며 놀라기도 했다.
노인들은 외로운 일상에 재미를 줄 수 있는 AI 서비스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김복례씨(75)는 "리쿠가 오늘 날짜랑 날씨를 어떻게 아는지 묻는 말에 다 대답하고, 옛날에 많이 듣던 노래도 불러줘서 제일 신기하다"며 "혼자 사는 사람이라 외로운데, 집에 하나 있으면 심심치 않겠다"고 했다.
김인기씨(83)는 "챗GPT는 복지관에서 배워도 금방 까먹고 접해볼 기회가 없어서 평소엔 잘 못 쓴다"며 "인형이 눈도 깜박이고 하이파이브 하자니까 손도 대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 같고 귀엽다"고 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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