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회복 가능성을 보인 세계 경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거시지표는 긍정적이나 금융 지표는 붕괴했으며 민간 부문 신뢰도는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공동으로 발표한 '세계 경제 회복 추적 지수'(타이거 지수)에 따르면 4월 전 세계 타이거 지수는 5.950을 기록, 2월 7.710을 찍은 뒤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타이거 지수는 각종 경제·금융 지표와 신뢰 지수 등을 종합해 세계 경제 회복을 파악하는 지수다.
부문별로는 특히 이번 달 전 세계 신뢰 지수(기업 신뢰·소비자 신뢰 등 반영)가 -1.044로 3개월 연속 내렸고, 금융 지수(신용 증가·증시 시가총액·주가지수 등 반영)도 2개월 연속 내린 7.144였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연구원 등은 "세계 경제가 안정 신호를 보이던 중에 금융시장 변동성 및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정책발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늦게 집계되는 거시경제 지표가 비교적 양호했던 것과 달리 이번 달 금융·신뢰 지수가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는데, 미국의 관세정책이 세계 무역과 금융시장을 어지럽히고 연초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성장 전망에도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분기까지만 해도 생산·고용 등의 지표가 괜찮았지만, 이번 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연구진 평가다.
이번 달 들어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불확실성 속에 소비자신뢰지수도 부진했으며,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땐 기준금리 인하 여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달 한국의 신뢰 지수도 -1.426을 기록,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신뢰 지수는 경기 둔화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해 2023년 3월(-1.510) 이후 최저인 -1.478을 찍고 2·3월 회복세를 보였는데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달 한국의 금융 지수 역시 2023년 3월(-3.895) 이후 최저인 -3.441이었다.
한국의 1월 타이거 지수는 -1.457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3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중국 경제에 대해선 공급 과잉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에 직면한 만큼 미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관세와 중국의 공급 과잉이라는 두 충격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특히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세계적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세계 무역의 붕괴와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분명히 성장을 억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에 대해선 핵심국 경제가 침체했으나 주변국은 선방 중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 핵심국은 저성장과 재정 부담에 시달리지만,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제무역 둔화는 유럽 제조업 전반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유일하게 인도의 경우 수혜가 예상됐다.
안정적 성장세로 공급망 대안으로 부상한 데다 농촌 소비와 서비스업 호조, 미국 기업의 탈중국 전략 수혜 등으로 관세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과 내수 확대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IMF·세계은행(WB) 춘계총회(21~26일) 기간인 22일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7일 "우리의 새 성장 전망에는 눈에 띄는 하향 조정이 포함되겠지만 침체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일부 국가의 경우 인플레이션의 상향 전망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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