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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의사들 시위가 '공감' 얻으려면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으로 되돌리며 사실상 의대 증원 계획을 철회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총궐기대회'를 강행했다.
의사협회는 "세계 최고 의료수준을 지키기 위해" "국민 건강권을 위해" 거리에 나섰다고 했다.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다.
1년 넘게 이어진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을 지켜본 필자로선 기시감마저 들 정도다.



지난해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내세우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렸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다.
정부의 증원 추진 방식은 무모하다고 할 만큼 거칠었다.
증원 규모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근거는 의문과 반발만 키웠고, 무엇보다 당사자인 의료계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의대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사이 환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국민 불신은 커졌다.
그 결과가 며칠 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의 원점으로 되돌린 정부 발표였다.
'졸속 행정'의 결과는 숱한 부작용과 잡음, 환자들의 고통만 남긴 채 '없던 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다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누가 공감할 수 있겠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닌가. 의료계는 '의사 확대는 의료 문제 해법이 아니다'라면서도, 어떤 해법이 있는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역의료는 고사 직전이고, 소아과는 텅 비어가는데 무작정 의사 수 늘리는 것만큼은 안된다고 한다.
환자를 걱정한다면서 진료실이 아닌 거리에서 '의료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의사협회의 '의대 증원 반대' 주장은 결국 밥그릇 지키기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번 '투쟁'과 관련해서는 의료계 내부의 의견도 통일되지 않은 듯하다.
일단 외부 환경이 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 이후 정부는 정책 집행의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증원 계획은 철회됐다.
의사협회 내부에서조차 이번 투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렇지 않은 주장보다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의협 회장단은 "조속한 해결을 위해선 집회가 필요하다"며 의대생 동원령을 내렸다고 한다.
힘 자랑을 하겠다는 것인가.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응급실과 수술실을 떠나지 않도록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했다.
그런다고 집단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의료계가 정말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먼저 정부의 의대 정원 발표를 믿고 지역의료 강화와 생명과 직결되는 의대 필수과목으로 학생들을 끌어오기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무의미한 반대, 힘 자랑식 투쟁에 골몰할 게 아니라 '진짜 의료개혁'을 위한 주체가 돼 달라는 것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2027년도부터는 복지부 산하 '의료인력수급추위원회'(추계위)가 의대 정원을 조정하게 돼 있다.
이 위원회에는 의사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면 필요한 근거를 대고, 동결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들의 주장과 목소리 한가운데에는 '환자'와 국민이 놓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에서 투쟁하라. 병원과 학교를 떠나 거리에서 외치는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국민은 더 이상 없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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