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이번 주 34개국과 무역 회담을 갖는다고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우방 5개국'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도 24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다만 일부 외신에서는 무역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다"는 백악관 설명과 달리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는 문서화된 18개의 제안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우리 정부에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무역팀이 금주 34개국과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트럼프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세계 57개 경제주체에 차등 적용하는 상호관세를 발효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하고 각국과의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국인을 위한' 협상이다.
중국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은 우방국들을 향해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것을 암시하며 먼저 협상에 착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일본·한국과의 협상을 언급하며 "이 협상들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도 24일(한국시간) 오후 9시(미국시간 오전 8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키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잡는다.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은 베선트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 협의'를 할 예정이다.
미국 측은 최대한 협상 판을 키우겠다는 의도지만, 우리 정부는 공식적인 의미의 협상(negotiation)이 아닌 협의(consultation)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방위비 이슈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쇼핑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통상·안보를 분리한다는 '투트랙'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이 일본과 더불어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꼽은 주요 타깃 중 한 곳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선트 장관이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에 한국·일본·영국·호주·인도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겠다고 주변에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16일 관세 협상 첫 타자로 나섰다가 내분을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당일 갑작스럽게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장관)과 직접 사전 면담을 진행하면서 일본 정부를 코너에 몰아넣었다.
인도의 경우 JD 밴스 미 부통령이 밀착해 관리하고 있다.
AP통신과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21일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찾은 밴스 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만나 양국 무역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일본, 인도와 관세 합의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골치 아픈 세부 내용은 나중에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가장 까다로운 협상 대상국이자 약점은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3~4주 안에 전체적인 합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국제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미국보다 약한 국가 몇 곳과 무역협정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NYT는 이런 사례로 일본, 멕시코, 이탈리아 등을 언급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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