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 없는데도 ‘찌릿찌릿’…양치 습관이 문제
탄산음료를 마시고 곧바로 양치질을 하면 왜 나쁠까.
우리 치아는 겉껍질인 ‘법랑질’(에나멜)과 속껍질인 ‘상아질’로 둘러싸여 있다.
이 중 법랑질은 치아를 보호해주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방패는 우리가 산성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젖은 석고처럼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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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게 닦을수록, 치약의 연마 성분이 강할수록 더 심하게 깎일 수 있다.
그 결과 보이지 않게 상아질이 노출된 민감성 치아가 되거나, 마모?충치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일부 음식을 먹었을 때는 양치의 ‘3?3?3 원칙’(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 3분 간)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지적한다.
◆산 섭취 후 양치는 치아 손상 유발
국내외의 수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후 즉각적인 양치는 산성 물질을 섭취한 사람의 치아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치의학 아카데미 연구팀이 3주간 탄산음료를 마신 후 양치 실험을 한 결과, 식후 20분 이내에 양치한 사람은 식후 30분∼1시간 사이에 양치한 사람들보다 치아 표면 손상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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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챗GPT 생성 AI 이미지 |
이경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는 “산도가 높은 탄산음료와 맥주, 차, 커피, 주스, 식초가 포함된 음식, 이온음료 등을 먹은 후에는 섭취 후 바로 양치질을 하면 산성에 노출된 치아와 치약 연마제가 만나 치아 표면이 부식될 수 있다”며 “이 때는 물로 입안을 헹구고 30분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충치가 생긴 게 아닌데도 치아에 찌릿찌릿 아픈 반응이 나타나는 것도 잘못된 양치 습관 때문일 수 있다.
롤링아웃은 “식후 칫솔질로 인해 법랑질이 얇아지면 그 아래 민감한 상아질 층이 노출돼 온도와 산성 성분에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법랑질이 깎여 미세한 흠집 사이로 상아질이 드러난 치아는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 또 산성 성분이 강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날카로운 기구에 베이는 것과 같은 통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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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특히 pH 3∼4 수준의 음식을 섭취한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주요 음식별 pH 농도(숫자가 낮을수록 산 성분 강해짐)를 살펴보면 레몬?라임(pH 2.0∼2.6), 식초류(초밥?피클, pH 2.0∼3.0), 탄산음료(pH 2.5 ~ 3.5), 와인(특히 백포도주, pH 3.0∼3.5), 오렌지 주스?사과?포도?이온 음료(pH 3.0∼4.0) 등의 순으로 산 성분이 강하다.
이들 음식을 먹었다면 적어도 30분 이후에 양치를 해야 한다.
입 안을 중성 상태(pH 6.5~7)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는 침과 물, 치즈, 우유 등이 도움이 된다.
10∼20초 간의 물 헹굼을 통해 음식물 입자와 희석된 산을 일부 씻겨낼 수 있고, 침에는 중탄산염(HCO₃)과 인산염이 있어 산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무설탕 껌을 씹으며 타액 생성을 촉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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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칼슘은 직접적인 ‘산 중화제’는 아니지만, 치아가 산성 환경에 노출되면 법랑질에서 칼슘과 인이 빠져나가는 ‘탈회(demineralization)’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칼슘을 다시 공급하면 손상된 부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산 중화 기능이 뛰어난 무알코올 구강 청결제로 씻어내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정원 서울대치과병원 원스톱협진센터 교수는 “음식물 섭취 후 가급적 바로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지만, 탄산음료나 과일음료와 같이 산성을 띠는 음식은 물로 한 번 깨끗이 헹군 뒤 30분 정도 후 양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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