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분만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의학적 판단이 아닌 의료사고 등을 피하기 위해 방어 진료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분만 총 23만5234건 가운데 자연분만은 7만6588건에 그친 반면 제왕절개 분만은 15만8646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제왕절개 비율이 67.4%에 달했는데, 5년 전(2019년 51.5%)과 비교하면 무려 16.3%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분만 방식의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은 "제왕절개 분만이 늘어나는 것은 방어진료 경향이 생겼다는 의미"라며 "자연분만을 시도할지, 제왕절개를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에 의학적 판단이 아닌 의료사고와 전원 문제가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제왕절개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모 입장에서는 제왕절개를 할 경우 향후 임신 관련 합병증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에 대한 사법 리스크 해소할 법적 장치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에 따라 의사가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며, 오는 7월부터는 이 국가보상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상 과정에서 불가항력 분만사고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서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총 101건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조정이 개시됐으나, 실제 보상이 이뤄진 건 절반에 불과했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산부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방안을 지난달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에 담았으나 의정 갈등의 여파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 의원은 "제왕절개 증가와 같이 방어진료 경향이 강해질수록 의학적 판단이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정당했다면 소송 등의 사법 리스크를 경감하거나 면책하는 제도 개선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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