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뉴스
사회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군부대·금속탐지기 동원…영화 콘클라베로 보는 교황 선출의 비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으로 내달 초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가 예정된 가운데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감독 에드워드 버거)가 재조명받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은밀하게 진행되는 교황 선출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 덕분이다.



전파 차단·도청 방지 위해 군부대 협력까지

영화 초반, 시스티나 성당에는 콘클라베를 위한 대규모 공사와 점검이 이뤄진다.
전파 차단 및 도청 방지 시스템이 시스티나 성당 전체에 설치된다.
콘클라베를 주관하게 된 노년의 추기경 로렌스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묻지만, "레이저로 유리 진동을 감지하면 도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답이 돌아온다.
이후 콘클라베 당일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금속탐지 검사를 마친 추기경들이 성당에 모인 뒤, 모든 문과 창문은 봉쇄된다.
문틈마다 밀랍을 바르고 출입구를 빨간색 인장으로 봉쇄하는 장면에서 극적인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렇듯 보안을 중시하는 이유는 교황 선출에 어떠한 외부 영향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바티칸 보안당국은 '성령의 인도 아래 자유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2013년 콘클라베 당시 이탈리아 군 통신 부대와 협력해 시스티나 성당 전체에 전파 차단 및 도청 방지 시스템을 설치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추기경들은 바티칸 성 마르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처음 설치된 1891년에는 치료소로 사용되다가 199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콘클라베 전용 숙소로 지정됐다.
교황 프란치스코 역시 이곳에서 거주했다.
콘클라베 기간 성 마르타의 집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고, 추기경들은 통신 수단 사용이 금지된다.
도보 5분 거리의 시스티나 성당과 숙소를 오가는 동안에도 경호·보안 인력의 관리하에 정해진 경로만 이용할 수 있다.
이 경로는 일반인이 드나드는 길과 분리된 내부 전용 동선이다.

식사·물 제한해 투표 압박도…20세기 들어선 평균 3일 만에 선출

"밀실 공포증을 앓는 이가 없었으면 좋겠군. 여기에 얼마나 있게 될지 누가 알겠나".


이런 로렌스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교황 선출 투표는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 진행된다.
이번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은 130여명으로, 교황이 되기 위해선 한 후보자가 86표 이상 득표해야 한다.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가 올라오면 교황이 선출됐다는 의미다.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하면 굴뚝으로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린 뒤 재투표를 거친다.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1268년 콘클라베는 무려 2년9개월 후인 1271년에야 새로운 교황 그레고리오 10세를 선출했다.
당시 프랑스파와 이탈리아파로 나뉘어 추기경들이 분열한 탓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투표를 주관하던 시 당국과 주민들이 추기경들을 감금한 채 식사를 빵과 물로 제한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후 교황 선출 규칙을 손보면서 콘클라베 기간이 짧아졌다.
20세기 들어 소집된 콘클라베는 평균 사흘만에 절차를 마쳤다.
2000년 이후의 사례를 보면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선출한 2005년 4월 콘클라베는 이틀간 4차례,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2013년 3월 콘클라베는 이틀간 5차례의 투표를 거쳤다.


추기경 간 대립…비밀 추기경도?

경건하고 신성한 교황 선출 과정에도 진영·국가·인종 간 갈등이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교회가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는 보수파 추기경 테데스코와 진보파 추기경 벨리니가 대립한다.
테데스코는 로마의 전통 없이는 교회가 분열될 것이라며 이탈리아인이 교황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벨리니는 "테데스코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슨 수든 써야 한다"고 호소하며 "나는 게이나 이혼 문제에 상식적인 접근 방식을 지지한다.
또 교황청 내에서 여성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5년 콘클라베에서도 보수주의 추기경 라칭거(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전 세례)와 개혁주의 추기경 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간 대립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무도 존재를 몰랐던 비밀 추기경 베니테스가 갑작스럽게 등장해 극 중 긴장감이 더해지기도 한다.
이미 선종한 교황이 생전에 '의중 결정(In pectore) 추기경'을 지명했다는 것이다.
의중 결정 추기경은 종교·정치적 탄압을 받는 국가 출신이거나, 공개될 경우 생명이나 교회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할 때 사용되는 보호 제도다.
다만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교황이 사망하면 임명은 자동 무효로 간주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1979년부터 2003년 사이 4명의 의중 추기경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가톨릭 전문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중국 사제 쿵핀메이를 의중 결정 추기경으로 임명했으나, 천주교에 대한 부정적인 중국 내 분위기 탓에 그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다가 1991년에야 밝혔다.
이외에도 야보르스키, 야니스 푸자츠 추기경 등을 임명했지만, 2003년 임명된 마지막 의중 결정 추기경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html>
占쎈Ŧ逾믭옙占�
HTML占쎈챷彛�
沃섎챶�곮퉪�용┛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