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뉴스
사회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빠져나왔지만 후유증 남아…"정신과 치료에 자해도 심각"[성착취, 아웃]

편집자주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성착취로 규정한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성숙한 아동·청소년을 성적 동의, 계약의 주체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메신저, 익명 기반 플랫폼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친밀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아동·청소년은 예전보다 더 쉽게 성착취 범죄에 휘말린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지원받은 4명 중 1명은 10대(27.8%)였다.
2023년도 대비 센터의 지원을 받은 10대 피해자는 600명 이상(3.3%포인트) 늘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는 명백한 성학대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지 실제 피해 사례를 토대로 어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입소한 청소년들은 정신과 치료를 위해 대부분이 약을 먹는다고 보시면 돼요. 자해 수준도 예전보다 좀 심각한 상황입니다.
"


이달 17일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10명을 품고 있는 서울의 한 지원시설을 찾았다.
주방과 거실이 있는 1층 공간엔 원장실이 있고, 바로 옆엔 2층 침대가 놓인 침실이 있다.
이곳은 자해를 하는 등 위험 수위가 높은 아동·청소년이 지내는 곳이다.
원장실 한쪽에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매일 밤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 돌봄 선생님 5명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소파를 뒀다.
2층에는 2층 침대가 놓인 방 5개가 더 있었다.
세월의 흔적은 있었지만 깨끗해 보이는 침구가 침대마다 깔려 있고, 침대 옆에는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있는 개별 사물함 여러 대가 있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활동을 직접 한다.
세탁실에서 매일 오후 스스로의 옷을 빨고, 지하에 배치된 오락 공간에서는 노래를 부르거나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강유정씨는 "밤에 잠을 못 자거나 우울증, 분노 조절 등을 참아내는 일을 힘겨워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종종 안타까운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힘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일시적인 불안함이 있거나 답답하고 충동적으로 상황을 풀어내고 싶을 때 아이들이 자해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119구급차를 부르는 상황까지도 자주 연출되고, 심각할 경우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이 범죄에 휘말리는 경우는 대체로 비슷했다(이전기사: ①'미자' 달린 오픈채팅방에 노출된 아이들…1:1 대화의 늪). 온라인에서 만나,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때때로 용돈을 보내주거나 쿠폰 등 선물도 해주는 상대에게 조금씩 의지하게 된다.
가해자는 눈, 손가락 등 신체 일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다가 점차 전체적인 신체 사진을 요구하고, 성관계 유인으로까지 진행한다.
아동·청소년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사랑받는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전기사:
"아이템 사준다길래" 게임하다 성착취 피해…상담기관 사칭까지)


강 씨는 "새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중학교 다니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익명 채팅으로 한 남성을 만나 동영상을 찍은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피해 당사자가 신고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설득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서울의 또 다른 피해 지원 시설에서 근무하는 김지수씨도 "그루밍이 예전보다 더 교묘해져서 성착취를 성인 남성과 교제하는 것으로 인지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해 만났지만, 가해자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한 아동·청소년들은 성착취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가해자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김 씨는 "가해자 처벌이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성매매냐 성착취냐 성폭력이냐의 경계가 모호해진 영향도 있다"며 "그루밍을 당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본인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고 인지를 못 한 상태로 계속 착취 상황에 놓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성착취 피해 등으로 만성적인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증상을 가진 상태로 지원 시설에 오면 공동체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가해자는 이를 악용해 그곳에서 나와 나랑 같이 있자고 유인하고, 청소년들은 말없이 나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피해 지원을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 지원 기관에 근무하는 이선정씨는 "과거 빈곤이 성착취 범죄의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이제는 아동·청소년의 다양한 취약성을 파고든다"면서 "온라인을 이용하는 아동·청소년들은 누구라도 그루밍 범죄의 대상이 되는데, 가해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보게 되는 아동·청소년들을 다 성적 대상으로 보고 접근한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는 경제적 취약성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취약성, 부모와의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결핍을 파고들기도 한다"면서 "더욱이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관계 맺기가 쉽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른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동·청소년들한테도 '섹시하다'고 말하는 것이 칭찬이 용인되는 사회에서 온라인에서 누군가로부터 주목받고 싶은 아이들이 욕구를 성 착취범이 너무 잘 활용한다"면서 "그루밍을 통해 성범죄가 더욱 쉬워졌다"고 했다.


피해 아동·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해온 돌봄 선생님들은 과거에는 가출한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 예방을 할 수 있는 청소년 지원 체계를 고민했었지만, 지금은 모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제대로 된 예방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씨는 "성착취물 피해자는 10대도 20대 못지않게 많은데 심각성에 비해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i>취재 중 만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시설 돌봄 선생님들의 이름은 기관에 소속된 아이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성착취, 교제폭력, 스토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1366)에서 365일 24시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관련 상담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청소년상담채널 디포유스(@d4youth)를 통해서도 1:1 익명 상담이 가능합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바로가기 화살표불법촬영물 신고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html>
�좎럥큔�얜��쇿뜝占�
HTML�좎럥梨룟퐲占�
亦껋꼶梨띰옙怨�돦占쎌슜��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