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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밑바닥 민심, 콘크리트 지지층 무너트리고 이변 일으켰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체육계 ‘탑독’이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무너지는 대이변이었다.
개혁이 절실하다는 민심의 날갯짓이 대한체육회장 선거판도를 바꾸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유 당선인과 이 회장의 차이는 단 38표였다.
유효표 1209표를 기준으로 삼으면 약 3%의 미세한 차이였다.
이 회장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이기흥 회장이 유리하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다’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극소수의 콘크리트 지지층만 이 회장 편에 있었다.
밑바닥부터 변하고 있는 민심이 실제 투표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체육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민심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넘어선 것이다.
이어 최 평론가는 “유승민은 정통 체육인이고, 대한탁구협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역임한 행정가 경험도 있다”며 “체육인의 기저에 흐르는 정서가 변했다.
‘이제는 체육인이 회장이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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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기호 1번 이기흥 후보가 소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 회장의 씁쓸한 퇴장은 자충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앞서 두 차례 체육회장을 역임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쌓았다.
이를 토대로 그간 다져놓은 텃밭도 분명 탄탄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비위 의혹을 포함, 사법리스크를 너무 등한시했다.
자만한 셈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고 꼬집었다.
유 당선인의 발로 뛰는 선거 운동, 그리고 네거티브 선거전에 참전하지 않은 우직함이 승리 요인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혹은 시작 초기 때만 해도 유 당선인이 이 정도로 많은 호응을 모으지는 못했다”면서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선거인단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거쳤다.
이런 부분이 선거 직전까지 쌓이고 쌓이면서 지지율이 단숨에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말 그대로 발로 뛰었다.
유 당선인은 전국 곳곳을 순회하며 체육계 인사와 직접 만났고, 대한체육회 가맹 68개 종목을 직접 체험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선보였다.
유 당선인 선거 캠프 관계자는 “각 종목 선수들이 겪을 고충과 함께 해당 종목 단체의 현안을 파악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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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대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 유승민이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 위원장은 “체육계 전반에 가장 열심히 자신을 어필한 후보일 것”이라며 “유 당선인을 필두로 캠프 조직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종사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기도 하고, 미처 닿지 못한 곳에도 전화 통화를 통해 적극적인 선거 운동을 펼쳤다.
아무래도 발로 뛰며 노력한 만큼 체육인들의 마음도 일부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거 막판 불거진 ‘네거티브’ 논란 역시, 여기에 참전하지 않은 유 당선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이번 선거는 최초 ‘반(反) 이기흥’으로 시작해, 막바지에는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쟁으로 번졌다.
유 당선인을 향해서는 대한탁구협회장 시절 공금 운용 논란 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유 당선인은 상황에 따라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고, 선거 직전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모두 해명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서로를 비방하기보다는 정책을 바탕으로 한 깨끗한 선거 운동을 하자”고 독려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유 당선인은 일련의 공방전을 통해 강력한 이미지를 얻었다”면서 “다들 집중 견제를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경쟁 대상이라는 걸 보여준 것 아닌가.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계속될수록 유 당선인의 체급을 올려주는 모양새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 역시 “아이러니한 일이다.
네거티브 공세 덕분에 오히려 다른 후보들과 (유 당선인이)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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