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방콕=정다워 기자]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대전하나시티즌 유니폼을 입은 주민규(35)는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자리에 오른 선수다.
자신만의 힘으로 된 일은 아니었다.
주민규는 “늘 좋은 감독님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반복한다.
25일 태국 방콕 훈련 캠프에서 만난 주민규는 이번에도 같은 얘기를 했다.
주민규의 프로 커리어에서 가장 먼저 언급할 만한 귀인은 마틴 레니 전 서울 이랜드 감독이다.
해체된 고양HiFC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던 주민규는 레니 감독의 구상 아래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지금의 주민규를 만든 시작이었다.
스트라이커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된 지도자는 박건하 전 서울 이랜드 감독, 현 축구대표팀 코치다.
박 코치는 수원 삼성에서 알아주던 공격수였다.
2016년 박 코치의 지도를 받았던 주민규는 “박건하 감독님은 굉장히 자세하게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을 알려주신 분”이라면서 “스트라이커의 연계 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페널티박스에 머물면서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플레이를 배웠다”라고 말했다.
2019년 울산HD에서 함께했던 김도훈 감독도 대형 스트라이커 출신으로 주민규에게 큰 영향을 끼친 지도자다.
주민규는 “김도훈 감독님은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플레이를 강조하셨다.
그분에게는 스트라이커로서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상대적으로 선 굵은 플레이를 요구하셨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이 나에게 오지 않아도 참아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박건하 감독님과는 조금 다른 요구를 하셔서 새롭게 배웠다.
스트라이커로서 배움에 끝이 없다는 점을 알게 해주신 분”이라고 밝혔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호흡한 남기일 현 허난FC(중국) 감독도 주민규 축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주민규는 “남 감독님은 전술적 능력이 정말 탁월한 분이었다.
국내에서 스리백을 그 정도로 완성도 높게 운영할 수 있는 지도자는 남 감독님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앞서가는 전술을 구상하고 현실로 끌어내는 분이었다.
내가 만약 지도자가 된다면 남 감독님에게 배운 것을 써먹고 싶을 정도도”라며 남 감독의 지도력을 크게 인정했다.
주민규는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자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인 홍명보 현 축구대표팀 감독과 대전 황선홍 감독의 가르침을 함께 받는 보기 드문 선수이기도 하다.
홍 감독과는 울산에서 K리그 챔피언에 오르는 경험을 했다.
주민규는 “그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유한 감독님은 없다고 본다”라면서 “감독님 덕분에 꿈에 그리던 K리그 우승도 해봤다.
인생에서 정말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1990년생인 주민규는 이제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어쩌면 프로 커리어에서 만나는 마지막 사령탑이 황 감독이 될지도 모른다.
황 감독은 주민규와 같은 포지션의 레전드다.
주민규는 “인복이 늘 좋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없다”라며 웃은 뒤 “황 감독님은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아닌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스타일은 박건하 감독님과 비슷하다.
이적 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축구적으로 굉장히 해박하시다.
30대 중반인데도 배울 게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배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편한 스승은 아니다.
주민규는 “황 감독님도 늦은 나이에 월드컵에 가서 골도 넣고 4강 신화도 쓰시지 않았나. 난 1년, 당장 하루에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월드컵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황 감독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렵다.
아우라가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시간을 갖고 감독님과 가까워지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언급한 리스트 외에도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시절의 김태완 현 천안 감독, 직전 울산에서 우승을 일군 김판곤 감독 등도 주민규가 밝힌 ‘귀인’이었다.
주민규는 “내가 워낙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살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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