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챔피언 꺾은 세계 랭킹 ‘111위’ 유도 김종훈 “더 큰 꿈을 향해”스포츠월드 기사제공: 2025-02-04 11:12:23

유도 국가대표 김종훈이 3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2025 파리 그랜드슬램 남자 90㎏급 결승에서 루카 마이수라제(조지아) 상대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국제유도연맹(IJF) 제공

“그저 눈앞의 한 판 한 판에 집중했을 뿐입니다.
”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 랭킹 111위에 불과한 한국 유도 국가대표 김종훈(양평군청)이 세계 강호들을 연거푸 제압하고 국제무대 정상에 오른 것이다.

지난 3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2025 파리 그랜드슬램에 참가해 남자 90㎏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종훈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 2023 도하 세계 유도선수권대회 우승자 출신인 루카 마이수라제(조지아)를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이겼다.

앞서 1회전을 부전승으로 시작한 그는 2회전서 라파엘 마세두(브라질)를 발뒤축걸기 한판승으로 꺾었다.
이어진 3회전 에니엘 캐롤리(프랑스) 상대로 안뒤축걸기와 가로누르기를 합쳐 한판승을 거뒀고, 준결승에서는 막심가엘 응가야프 앙부(프랑스)를 만났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서 혼성 단체전 금메달, 90㎏급 동메달을 획득한 강자다.
이 승부마저도 허벅다리걸기 되치기 유효승으로 제압했다.

이역만리서 전해진 ‘무명’ 선수의 반란이다.
정작 수화기 너머 선수 본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아직 실감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멋쩍게 웃은 김종훈은 “메달 시상식 때만 해도 ‘정말 내가 1등을 한 게 맞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축하 연락을 받으면서 지금은 기쁨을 조금씩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대회 일정을 마친 그는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합동훈련을 소화하면서 오는 9일까지 파리에 머무를 예정이다.

유도 국가대표 김종훈이 3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2025 파리 그랜드슬램 남자 90㎏급 금메달을 수상한 뒤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대한유도회 제공

금빛 여정을 돌아본 김종훈은 “솔직히 경기 전에는 ‘내가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이 독이 될 수도 있다.
단지 매 순간에 충실하고, 상대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랜 꿈 하나를 이뤘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결승을 치러본 건 난생처음이다.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 덕분에 희열도 느꼈다.
무엇보다, 우승까지 하게 돼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2001년생이다.
미완의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간 국가대표 최종 선발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국제 대회에서는 초반 탈락의 아픔을 수차례 겪기도 했다.
지난 과정들이 그를 더 단단하게 했다.
특히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의 경험들을 큰 자양분으로 삼았다.
이를 두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던 선배들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 더 강해지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컸다”고 떠올린 김종훈이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의 세계 랭킹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종훈은 낮은 순위(111위)를 향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1이 3개나 있어서 의미가 남달랐고, 기분도 좋았다”며 덕분에 마음을 다잡았다는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만족은 없다.
이제야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셈이다.
오는 14일부터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2025 바쿠 그랜드슬램에도 출전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김종훈은 “이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고자 한다”면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있고,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에서의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할 것이다.
이번 금메달은 감사한 과정이다.
자신감과 확신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지금 당장은 바쿠 그랜드슬램 대회와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앞으로 유도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