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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최하위를 한 덕분에 지명권 추첨에서 가장 많은 구슬, 전체 140개 중 35개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내린 의외의 결정이었다.
비예나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선수다.
과거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2019~2020시즌에 득점 1위(786점), 공격 종합 1위(56.36%)로 맹활약했고, 2022~2023시즌 니콜라 멜라냑(세르비아)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으며 V리그에 재입성한 이후에도 폭발력 있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 3위(923점), 공격종합 3위(53.36%)에 오르며 최하위에 머문 KB손해보험의 유일한 희망 같은 선수가 비예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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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점프력으로 이를 만회하곤 있지만, 작은 신장의 한계로 블로킹이 2~3명이 붙는 오픈 공격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인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주 임무가 리시브가 흔들리거나 디그로 걷어낸 공을 이단 연결한 오픈 공격 해결임을 감안하면 비예나와의 재계약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게다가 지난 시즌 득점 1,2위로 비예나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던 요스바니(現 대한항공)와 레오(現 현대캐피탈)가 각각 삼성화재, OK저축은행의 재계약 포기로 트라이아웃 시장에 다시 나왔기에 KB손해보험의 선택은 더욱 의구심을 자아냈다.
설령 1,2순위가 나오지 않아 요스바니나 레오를 놓치더라도 그때 다시 비예나를 지명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KB손해보험의 선택을 두고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지휘봉을 잡은 미겔 리베라 감독이 같은 스페인 출신인 비예나를 밀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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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의 V리그 개막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0월21일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감독직을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시즌 준비를 함께 하던 사령탑을 잃은 KB손해보험은 개막 5연패로 비틀거려야했다.
2024~2025시즌도 어느덧 5라운드가 진행되며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 리베라 감독의 비예나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되는 모양새다.
비예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주전 세터 황택의와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리그 득점 1위(638점), 공격 종합 3위(54.79%)에 오르며 KB손해보험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약점으로 지목됐던 오픈 공격에서도 레오(48.87%)에 이어 전체 2위에 오르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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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B손해보험은 허수봉과 레오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시키며 이들의 공격리듬을 끊는 데 성공했다.
특히 팀 리시브(59개)의 절반에 가까운 27개를 받아내느라 진땀을 흘린 레오는 공격 성공률 37.5%로 10점에 그쳤다.
문제는 KB손해보험의 팀 리시브도 흔들렸다는 점이다.
KB손해보험의 이날 팀 리시브 효율은 19.57%로 현대캐피탈(22.03%)보다 더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예나가 무려 오픈 공격을 64.28%(9/14)라는 놀라운 성공률로 적중시켜줬기 때문이다.
비예나의 이날 최종 성적표는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6점. 공격 성공률은 무려 70.59%였다.
비예나가 떴다하면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은 나가떨어졌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역대 최고의 외인으로 꼽히는 레오보다 비예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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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기준 승점 44(16승10패)로 3위인 KB손해보험은 2위 대한항공(승점 49, 16승9패)와의 승점 차도 단 5에 불과하다.
내친 김에 2위 도약도 노려볼 수 있는 KB손해보험이다.
3년 만에 ‘의정부의 봄’을 이끌고 있는 비예나. 챔프전 직행이 유력한 현대캐피탈전 10연패를 끊어내면서 봄 배구에서도 자신감을 얻은 KB손해보험이다.
과연 KB손해보험은 V리그 출범 후 두 번째 챔프전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까. 지금 기세라면 그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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