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미안” 펑펑 운 김길리…“부담 컸지” 안아준 최민정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2-10 07:34:10

김길리, 女3000m 넘어져 4위…고개 못 들어
최민정 “계주는 늘 모두의 책임…미안해말길”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중 넘어진 김길리(성남시청)는 경기가 끝난 뒤 “언니들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함께 달린 최민정(성남시청)은 “모두의 책임”이라며 김길리를 다독였다.

9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대한민국 김길리가 경기를 마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오른쪽은 결승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 하얼빈=뉴스1?뉴시스

최민정, 김길리, 김건희(성남시청), 이소연(스포츠토토)이 뛴 한국팀은 9일 중국 하얼빈의 헤이룽장 빙상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4분16초683으로 4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마지막 코너까지 선두를 질주했지만 이후 중국의 궁리 선수와 충돌 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궁리는 그대로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갔고, 카자흐스탄과 일본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역전을 허용, 4위로 노메달에 그치며 이번 대회 여자 쇼트트랙 전관왕을 놓쳤다.

김길리는 경기 후 한참을 울먹이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상식 후 취재진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려다 “언니들에게 미안해서…”라고 울먹이며 세 번이나 발길을 돌렸다.
그는 믹스트존에 설치된 TV를 통해 여자 계주 시상식 모습이 상영되자 또 눈물을 흘렸다.

9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대한민국 김길리가 넘어진 후 아쉬워하고 있다. 하얼빈=뉴스1

김길리는 “마지막에 언니들과 함께 시상대에 올라가 세리머니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지막에 내가 넘어지는 바람에 다 같이 시상대에 못 올라갔다”며 “너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충돌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선두로 달릴 때, 뒤따라갈 때 상황을 고려하고 레이스에 임했다.
중국과 경쟁이 치열하고, 마지막 주자라 부담이 컸던 것 같다”며 “마지막에 살짝 실수하면서 중국 선수와 접촉이 생겨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기대는 했는데, 아무래도 중국이다 보니 금방 내려놨다”고 덧붙였다.

이를 지켜본 최민정은 “나도 어릴 때부터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를 많이 해왔고, 부담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며 “지켜보기 안타깝지만 지금은 위로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다만 힘든 경험을 한 만큼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길리의 마음이 누구보다 이해가 간다.
내가 다 안타깝고 속상하더라”며 “계주는 늘 혼자가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모두가 잘한 것이고, 모두가 못한 것”이라며 김길리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9일(현지 시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 경기에서 최민정이 미끄러진 김길리를 위로하고 있다. 하얼빈=뉴시스

김길리의 “미안하다”는 말에 최민정은 고개를 저었다.
최민정은 “선배님들에게 배운 것도, 내가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도 계주는 혼자만의 경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길리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최민정은 “중국이 계주에서 조직력이 워낙 좋고, 속도와 기술이 좋은 선수도 많다.
계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며 “우리도 보완점을 확실히 느꼈다.
올림픽을 대비해 계속 맞춰가는 상황이니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의 설욕전을 다짐했다.

한편 최민정은 쇼트트랙 1000ｍ 결승에서 1분29초637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쇼트트랙 혼성 2000ｍ 계주와 여자 500ｍ에 이어 세 번째 금메달을 따내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첫 3관왕에 등극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