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스피드업’은 모든 경기의 지상 과제다.
종목을 불문하고 경기를 빠르게 치러야 관중 또는 시청자의 눈을 잡아둘 수 있다.
경기시간 제한이 없는 미국 메이저리그(ML)나 연장 이닝 제한을 두는 KBO리그도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클락을 도입하는 등의 스피드업 규정을 별도로 둔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종목은 골프다.
남녀 프로골프 모두 하루 평균 다섯 시간가량 경기한다.
출전선수도 많고, 18개 홀을 ‘걸어서’ 치러야 하므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무작정 클럽을 꺼내들고 볼을 치는 게 아니어서 이른바 ‘생각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다.
프로무대에서만 65승을 따낸 신지애(37)는 “해외에서 활동하다 가끔 국내 대회에 출전하면, 속도 때문에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투어 선수들은 티샷 후 다음 플레이할 때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 미리 구상한다.
남은 거리나 바람 등에 따라 클럽을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쉽게 얘기하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선수들은 볼이 있는 곳까지 걸어온 뒤부터 어떤 클럽을 집어들지 고민한다.
클럽 하나를 꺼내들고 연습 스윙을 하고, 페어웨이 경사를 확인하고, 바람 방향을 확인한 뒤 다시 다른 클럽을 꺼내들고 같은 동작을 한 번 더 하고도 클럽 결정을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가만히 서서 보내는 시간이 십수초를 가볍게 웃돈다.
“준비만 미리해도 경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선수마다 리듬감은 다르지만, 빠르게 진행해야 보는 분들도 호흡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선수들의 말이 여러 곳에서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늑장플레이’에 대한 제재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한 샷 플레이를 하는데 최대 40초를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기위원이 ‘플레이어가 방해없이 집중해 플레이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순간’부터 시간을 측정한다.
한 번 어기면 구두경고, 두 번째는 1벌타와 벌금 400만원으로 가볍지 않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3월부터 이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LPGA투어는 ‘한 샷 플레이에 최대 60초’를 주는데, 5초만 넘겨도 벌금을 부과하고, 6초가 지나면 1벌타를 16초까지 도달하면 2벌타를 주는 것으로 바꿨다.
이전까지는 30초까지는 벌금만 부과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도 스피드업을 위해 샷 클락과 거리 측정기 허용 등을 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전통과 관습에 얽매여 변화에 보수적이던 골프도 시대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KLPGA도 경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골프는 이미 ‘다음세대 팬’을 많이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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