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PGA 시즌 개막전 김아림 우승, 고진영 2개 대회 연속 톱5
지난해 합계 3승의 역대급 부진 씻고 한국여자골프 명예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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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여왕' 김아림이 2025시즌 미 LPGA 개막전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여자골프의 명예회복을 이끌고 있다./올란도(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 |
[더팩트ㅣ 박호윤 전문기자] 왠지 달라진 분위기의 2025시즌, 한국여자골프의 명예 회복은 가능할 것인가. 최근 미 LPGA 무대에서 급격하게 위축됐던 한국여자골프가 을사년 새 시즌 시작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등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여자골프는 지난 2010년대 중 후반, 연간 35개 안팎의 대회가 치러지는 미LPGA투어에서 5차례(2013~15, 17, 19년) 두자릿 수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맹위를 떨쳤다. 본고장 미국세는 물론, 전통의 강호 유럽세, 그리고 대만, 태국 등 아시아의 신흥세력을 압도하며 명실상부 여자골프 최강국의 지위를 공고히 한 바 있다. 특히 2015년과 2017, 2019년 등 3개 시즌에는 투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5개 대회서 우승컵을 들어 올림으로써 한껏 자존심을 곧추 세웠었다.
이러한 현상은 외신으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수출상품’으로 까지 칭송받았던 박세리의 성공 이후 소위 ‘세리 키즈’로 불리는 신지애, 박인비, 최나연, 김세영, 유소연 등이 대거 투어에 진출해 강세를 이어갔고, 뒤이어 박성현, 전인지, 고진영 등도 선배들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침으로써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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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시즌 2개 대회 연속 '톱5'에 들며 영광 재현에 나선 고진영./올란도=AP.뉴시스 |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강세는 2020년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위축된다. 2020년 7승에 이어 2021년에도 7승에 그쳤고 2022, 2023년에 4, 5승으로 쪼그라들더니 지난해 급기야 단 3승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이는 최나연, 박희영, 유소연이 각 1승으로 3승에 그쳤던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이자 역대 최소승(2000년 2승) 2위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같은 LPGA투어에서의 하락세는 아이러니하게도 역대급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는 KLPGA투어에 근본적으로 기인한다. 국내 투어는 대회 수가 연간 30개를 넘나들고 총상금이 300억원을 크게 상회, 평균 상금이 10억원이 넘는 데다 대회장마다 엄청난 갤러리가 참여하는 등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에겐 LPGA투어가 더 이상 ‘젖과 꿀이 흐르는’ 자극제로서의 역할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투어에서 1인자 자리에 오르거나, 또는 상위권의 실력을 입증하면 자연스레 미국 시장을 노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배가 불러 도전의식이 없어졌다거나 너무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기는 하나, 선수들 개인의 선택의 문제를 너무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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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투어 1인자 자리에 오른 윤이나는 올 시즌 미 LPGA로 활동 무대를 옮겨 한국여자골프의 명예회복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더팩트 DB |
어쨌든 이러다 보니 지난 10년 여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강세를 이끌었던 많은 선수들이 전성기를 지나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이를 대체할 젊은 피의 수혈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음으로써 최근의 미 LPGA 무대 하락세는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올시즌 들어 옛 영화를 되찾을 반등의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어 팬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2025시즌 개막전으로 치러진 지난달의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챔피언스 오브 토너먼트(총상금 200만달러)에서 김아림이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해 11월 롯데챔피언십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김아림이 시즌 첫 경기를 잡아 줌으로써 지난해 역대급 부진에 빠졌던 한국 여자골프가 반전의 계기를 잡은 셈이다.
이어 벌어진 파운더스컵에서는 비록 우승을 재미교포 노예림에게 내줬지만 한국의 간판격인 고진영이 준우승을 차지, 지난해 손가락 부상의 여파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떨쳐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고진영은 개막전에서도 공동 4위를 기록한 바 있어 시즌 초반부터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올시즌에 특히 고무적인 것이 윤이나의 미국 진출이다. 지난해 국내 투어 1인자 자리에 오른 윤이나는 서양 선수들 못지 않은 장탸력을 갖춘 데다 쇼트게임 능력 등 특별한 약점이 없고 정상급 골퍼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강인한 멘탈’의 소유자라 한국여자골프 자존심 회복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투어를 정복한 1인자라 해서 LPGA투어에서의 성공을 100% 장담할 수 없지만 신지애, 장하나,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등 윤이나에 앞서 국내 1인자 타이틀을 거머쥐고 LPGA투어에 진출해 성공 가도를 달린 선배들의 면면을 보면 기대해 볼 만하다.
2023년 신인왕으로 2년 연속 1승씩을 기록한 유해란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고 노장 양희영과 김세영, 김효주 등도 올시즌을 벼르고 있어 한국여자골프는 올해 자주 승전보를 전해 올 것으로 전망된다.
LPGA투어는 20일 태국 촌부리에서 혼다LPGA타일랜드(총상금 170만덜러)로 춘계 아시안스윙 3개 대회의 서막을 연다. 이 대회에 이어 27일부터는 싱가포르 센토사 코스에서 HSBC월드챔피언십(총상금 240만달러)이 열리며 3월6~9일 중국 하이난에서 블루베이LPGA(총상금 250만달러)로 마무리 된다. 이후에는 다시 미국 본토에서 대장정을 이어간다. 아시아 무대에서 잇따라 경기가 열리는 만큼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