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주민규는 잊어라.’
코뼈 부상을 털어낸 조현우가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최후방을 지킨 날. 최전방을 달아오르게 한 건 2001년생 193㎝ 장신 공격수 허율이다.
K리그1 4연패에 도전하는 울산HD가 허율의 멀티골 대활약으로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허율은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4라운드 제주SK와 홈경기에 원톱으로 출격해 전,후반 각각 1골씩 터뜨리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을 달린 울산은 승점 9로 대전하나시티즌(승점 9)에 다득점에서 1골 뒤진 2위로 올라섰다.
울산 김판곤 감독으로서는 3연승 기간 무실점 뿐 아니라 허율의 도약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번시즌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행한 울산은 베테랑 국가대표 공격수 주민규를 대전에 보냈다.
주민규는 대전에서도 초반 4경기 4골을 꽂아 넣었다.
반면 울산은 새 최전방 외인 공격수 수혈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애를 태웠다.
허율이 최전방 자원이긴 하나 ‘빅클럽 스코어러’ 노릇을 하기엔 미완의 대기로 여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란 듯이 제 가치를 뽐내고 있다.
지난달 23일 대전과 2라운드에서 헤더로 울산 데뷔골을 넣은 허율은 이날 발로도 득점했다.
전반 32분 이진현의 코너킥을 헤더 선제골로 넣었고, 후반 25분 엄원상의 오른쪽 낮은 크로스를 골대로 달려들며 왼발로 차 넣었다.
지난해까지 광주FC에 몸담은 허율은 스트라이커와 센터백을 오가며 뛰었다.
그는 “센터백으로 뛴 게 (공격수로) 도움이 된다.
또 우승 팀에 와서 좋은 선수들과 훈련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2023년 광주에서 기록한 한 시즌 최다 득점인 3골(33경기)과 타이다.
어린 나이지만 울산을 떠난 주민규와 비교돼 마음고생했는데 어느덧 득점 선두 경쟁을 하게 됐다.
허율은 “안주하지 않고 매 경기 득점과 이기기 위해 준비하면 (시즌 막바지에) 좋은 위치에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두 번째 득점은 개막 전부터 관심을 끈 ‘금호고 선배’ 엄원상과 첫 합작품이어서 의미가 있다.
허율은 “훈련할 때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원상이 형이 딱 거기로 올릴 것 같아서 스프린트했다”며 “경기 후 원상이 형이 ‘축하한다’고 해줬다.
다음에 내가 원상이 형이나 (이)희균이 형(금호고 선배)에게 어시스트하면 신발 닦는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웃었다.
김 감독도 허율 얘기에 “기대한 대로 높이도, 발도 강점이 있다.
오늘 마침내 발로 넣었다”며 대활약을 반겼다.
kyi0486@sportsseoul.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서울(www.sportsseoul.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