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야구에서 1·2번 타순은 전통적으로 발 빠르고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들이 차지하는 자리다.
출루율이 높고, 주루 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이 테이블세터 역할을 맡았다.
최근 야구 트렌드는 변하고 있다.
강한 타자들을 1·2번 타순에 배치해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타석 기회가 가장 많이 주어지는 상위 타순에 중심타선을 배치하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이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고,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도 이 흐름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LA 다저스는 ‘MVP’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를 1·2번 타순에 배치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 투수를 강하게 압박하며, 점수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기존의 ‘발 빠른 1번·작전 수행형 2번’ 개념에서 벗어나 ‘강한 1·2번’을 구축하는 것이 점점 일반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야구도 이러한 흐름이 점점 뚜렷해진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지난해부터 ‘강한 1번 타자’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미를 봤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KT는 MVP 출신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1번 타순에 배치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올시즌에는 한 단계 더 발전했다.
KT는 이번 시즌 강백호를 1번 타자로 낙점했다.
강백호는 KT의 대표적인 중심 타자였다.
이강철 감독은 그를 톱타자로 활용하는 새로운 실험을 선택했다.
2번에는 외국인 타자 로하스를 배치해 막강한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했다.

키움도 강한 1·2번 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키움은 지난해 빈약했던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타자 2명을 영입했다.
그리고 이들을 1·2번 타순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ML에서 정상급 타자로 활약했던 야시엘 푸이그가 3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하며 키움의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다.
지난시즌 삼성에서 뛴 루벤 카디네스를 2번 타자로 기용하면서 외국인 타자를 전면에 배치했다.
‘외국인 타자 테이블세터’ 조합을 통해 강한 타선을 구성할 계획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푸이그와 카디네스가 앞에서 많은 출루와 득점을 책임지고, 중심타선에서 이를 마무리하는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테이블세터 개념이 점점 바뀌고 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 투수를 흔들고, 빠르게 리드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적인 변화다.
KBO리그에서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 더 확산될지, 그리고 실제 정규시즌에서도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서울(www.sportsseoul.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