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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기자의 K리그 인더스트리] ‘미분양’ 미르스타디움과 ‘고정 입주민’ 용인FC

전북-시드니전이 열린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 경기장 바로 뒤로 지나가는 에버라인 경전철은 미르스타디움만의 매력 포인트다.
이날 용인시는 미르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하는 프로축구팀 용인FC 창단을 선언했다.
박재림 기자

최근 산업부의 이슈 중 하나는 ‘미분양 주택’이다.
건물은 다 지어졌는데 입주민이 없어 빈 집을 가리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러한 빈 집이 전국에 2만2872호나 된다(올해 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건설사의 공사대금 회수를 막기에, 최근 중견 건설사들의 연이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회생절차에 돌입한 신동아건설은 목포축구센터와 여자축구 WK리그 인천현대제철의 홈구장 인천남동경기장을 지은 건설사이기도 하다.

지난 6일 방문한 경기 용인시의 용인미르스타디움을 보면서 미분양 주택이 떠올랐다.
이날 미르스타디움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2 전북현대-시드니FC전이 열렸다.
본래 전북의 안방 전주에서 치렀어야 할 경기지만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로 장소가 변경됐다.

평일 저녁경기라 퇴근 후 곧바로 경기장으로 이동하다보니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다.
해서 경기장 내부에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크게 한 바퀴를 돌았지만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문을 연 편의점이나 음식점이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편의점이나 음식점이 입점할 법한 직사각형의 텅 빈 공간들이 철창 뒤로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미르스타디움 내 편의점·음식점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 공간. 이처럼 철창이 내려진 ‘공실’이 최소 10개 이상 있었다.
박재림 기자

3000억원을 넘게 들여서 지은 미르스타디움은 2018년 1월1일 문을 열었지만 8년째 ‘고정 입주민’이 없다.
가수 콘서트, 축구 A매치 등 단발로 한 번씩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 이번 전북현대, 지난해 10월 같은 이유로 방문한 광주FC도 그랬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단기 월세’를 산 수원삼성이 그나마 정을 붙인 입주민이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반시설·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미분양 주택의 특성을 고루 갖춘(?) 미르스타디움에 희망을 제시한 것도 수원의 팬들이었다.
이곳에서 7차례 홈경기를 치르며 6만3764명 관중(평균 9109명)이 모였다.
당시 경기장 근처의 많지 않은 식당과 마트 등에도 수원 및 상대팀 팬들이 몰리며 점주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프로축구의 힘을 실감한 용인시는 용인프로축구팀(용인FC) 탄생에 열을 올렸고 마침 이날 창단을 선언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프로축구단은 110만 용인특례시민의 열망”이라며 “2022년 연구용역 결과 시민 70.3%가 창단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시는 곧 창단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준비에 돌입, 6월 프로축구연맹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고 내년 K리그2(2부) 참가한다는 청사진을 전했다.

프로팀 창단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린 미르스타디움의 안팎에서 만난 용인시민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관중석의 가족팬과 용인대 학생들, 경기장 입구에서 티켓 및 소지품 확인을 맡은 아르바이트생, 미르스타디움 인근 마트 및 치킨가게 점주가 공통적으로 새로운 즐길거리가 생겨서 좋으며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민구단이라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 관해서도 시민을 위해 쓰이는 만큼 문제될 것 없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었다.

미르스타디움 인근의 마트. 이곳 점주는 “이곳에서 25년째 운영 중인데 콘서트, A매치를 빼면 지난해 수원삼성 경기가 있던 날 매출이 가장 좋았다.
평소보다 200~300만원은 더 벌었다.
주변의 다른 상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며 “용인FC가 창단해서 다시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물론 갈 길이 멀다.
최근 K리그2에 합류한 천안FC, 김포FC, 충북청주, 화성FC는 모두 3·4리그 격인 K3·K4리그에서 수년간 팀을 운영하다 프로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반면 용인은 2016년을 끝으로 해체한 실업팀 용인시청 이후로 축구팀을 운영한 적이 없다.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프로연맹에서 가입을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계획대로 창단 및 프로 진출이 이뤄진다고 해도 팬덤 형성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도 남부는 이미 수원삼성, 성남FC, 안산그리너스, 화성FC처럼 이미 터를 잡은 팀이 많다.
미르스타디움 접근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중교통 운영 확대, 주차 공간 증설, 교통혼잡 해소 등 지자체 차원에서 팔을 걷고 나서야 할 일들이다.

이날 전북-시드니전 관중은 2561명이었다.
경기장 인근 상점의 점주들은 “축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몇몇 왔지만 매출이 오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수원삼성이 K리그1(1부)에서 강등되기 직전인 2023년 K리그2 평균관중이 2366명이었다.
용인FC가 프로팀이 된다고 해도 지난해와 같은 효과를 당장에 보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그래도 희망적으로 보면 미분양 미르스타디움에 용인FC란 고정 입주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사람이 없으니 개발이 안 되고, 개발이 안 되니 사람이 없다는 게 미분양의 무한반복 사슬인데, 용인FC가 K리그에 합류하면 매년 20차례 안팎의 홈경기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그때마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사람이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팀이 자리를 잡으면서 관중이 늘고 자연스레 주변 상권도 성장·팽창하는 훗날의 ‘골’을 향한 ‘빌드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서 산업부 기자를 맡고 있다.
2008년부터 K리그를 직관(직접 관람) 중인 18년차 ‘올드비’ 팬이기도 하다.
K리그 인더스트리는 산업부 기자의 시선에서 국내 프로축구를 바라보는 칼럼이다.
축구전문기자가 아닌 입장권을 구매해서 경기를 보는 보통의 팬으로서 견해를 가볍게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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