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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오만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전이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가운데 후반 35분 1-1 동점골을 내준 뒤 손흥민이 환호하는 오만 대표팀을 바라보고 있다./고양=박헌우 기자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 축구의 희비가 엇갈렸다. 20일 열린 2026 FIFA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7차전 홈 경기에서 한국은 오만과 1-1로 비기며 승점 3점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안방 2연승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조기 확정을 노리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반면, 일본은 같은 날 바레인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개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최초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일본 축구를 이끄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축제의 밤'을 보내는 동안 한국의 홍명보 감독은 "3차예선을 치르는 동안 가장 좋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면서 '고뇌의 밤'을 보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일본이 승승장구하며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달성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는 사이, 한국은 홈에서조차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홍명보호의 가장 큰 문제는 홈에서 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3차 예선 원정 경기에서는 3승 1무를 기록했지만, 홈에서는 1승 2무에 그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과 홈 1차전부터 기대와 달리 0-0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7차전까지 3차례의 홈 경기에서 1승2무의 '약세 징크스'를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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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오만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전이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가운데 득점 후 기뻐하는 오만 선수들 사이에서 이강인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양종합운동장=박헌우 기자 |
일반적으로 홈에서 경기하면 원정보다 더 유리해야 하지만 왜 홍명보호는 오히려 홈에서 더 어려운 경기를 치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고 있을까. 이번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오만전에서도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수비를 뚫지 못하는 모습이 지속되었고, 결국 후반에 실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쳤다. 한국이 B조 단독 선두를 굳히게 된 것은 원정에서 실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중동 원정 2,3차전을 연승으로 장식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뒤 4연승으로 1위를 확고히 했다. 당시 중동 원정에서 오만(3-1승) 요르단(2-0승)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지 못했다면 또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지 알 수 없다.
홍명보호의 홈 경기 부진의 이유는 무엇보다 홈 경기장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홈 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관리 문제로 인해 이번 오만전에서도 사용되지 못했다. 오는 25일 요르단과 홈 8차전도 수원에서 치른다. 지난해 10월 이라크전에서도 서울이 아닌 용인에서 경기를 치르는 등, 대표팀이 고정된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팀이 한 경기장을 쓰지 못하고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하면 홈팀 원정팀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게 된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번 경기에서도 경기장의 환경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이 지적된다. 홈팀 선수들은 경기장의 잔디 상태, 조명, 기후 등에 익숙하여 보다 자연스럽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원정팀은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며, 특히 경기장 상태가 원정팀에 불리할 경우 경기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홈 구장을 옮겨다니면 홈 이점이 사라진다. 이번 경기에서 이강인 백승호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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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오만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전이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가운데 경기를 마친 대표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고양종합운동장=박헌우 기자 |
일본은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꾸준히 경기를 치르며 최상의 경기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장은 경기력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다. 홈 어웨이의 유불리를 따지는 첫 번째 요소이기도 하다.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브라질도 볼리비아 원정을 떠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도 경기장 환경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약 3600m의 대도시 라파스에서 경기를 하면 브라질 선수들은 호흡 곤란으로 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볼리비아 선수들은 자신들의 안방 경기장이니 상대적으로 더 우위의 체력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스포츠에서 홈경기의 이점(Home Advantage)은 단순히 경기장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홈에서 더 강한 경기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홍명보호는 출생부터 팬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홈경기에서 선수들이 지나치게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도 대표팀은 홈에서 팬들의 높은 기대치와 부담감 속에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홍명보호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은 오히려 중동 원정이 더 심적으로 편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물론 홍명보호에 유럽파 선수가 많고 중동의 잔디 상태가 좋은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홈 경기에서의 심적 압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싶기도 하다. 수비의 핵 김민재는 야유하는 팬들과 경기장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홈에서 팬들의 성원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의 속타는 심정을 대변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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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바레인을 2-0으로 제압하며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1호 영예를 차지한 일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AFC |
전술적인 문제와 경기 운영도 홍명보호의 약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은 홈이든 원정이든 일관된 경기 운영을 유지한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일본 대표팀을 꾸준히 조직적으로 운영해왔으며, 상대에 따라 전술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상대가 강하게 나올 경우 대응이 늦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특히 홈경기에서 상대 팀들이 더욱 수비적으로 나올 때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오만전에서도 전반전 상대가 5백으로 수비 라인을 더욱 내리면서 한국이 효과적인 공격 옵션을 찾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강인 투입 이후 나아졌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는 부분은 상대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홈경기에서 가장 강력한 요소는 관중의 응원이다. 수만 명의 팬들이 한목소리로 응원할 때, 선수들은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심판의 판정이 무의식적으로 홈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팬들과 축구협회의 갈등, 팬들과 약속을 저버린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가시지 않으면서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만과의 홈경기에선 4만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양종합운동장에 3만 5212명이 관중석을 채웠다.
유럽파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에서 홈경기를 하면 시차 극복의 문제와 상대적으로 함께 훈련할 시간이 적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하지만 이는 비슷한 환경의 일본이 홈 원정 구분 없이 일관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요인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대표팀이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리를 통해 최상의 경기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일본은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3차 예선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철저한 관리를 통해 홈 어드밴티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면 홈에서의 경기력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홈에서의 결집된 힘이 없다면 어떻게 원정 월드컵 16강의 벽을 깰 수 있겠는가. 결국 현재의 홍명보호가 안고 있는 문제는 경기로 극복하고 풀어야 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축구 경기를 위해 지은 경기장이 축구 경기에 사용되지 못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일본이 보여준 안정적인 홈 경기 운영과 비교해볼 때, 한국은 아직 홈구장 관리, 응원 문화, 전술적 유연성 등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축구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단순히 경기장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심리적 요소, 그리고 조직적인 경기 운영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한국 축구가 홈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모두가 고민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