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파리의 실패는 ‘보약’이 됐다.
전성기 폼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도 보란 듯이 다시 날아올랐다.
3년 만에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를 제패한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간판’ 우상혁(28·용인시청)은 올해 참가한 세 차례 국제대회 모두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7위에 그쳐 좌절의 시간을 보낸 그는 “다시 행복한 점프를 하겠다”며 부활을 다짐한 적이 있다.
마침내 올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대회 중 하나인 세계실내선수권에서 금빛 착지에 성공, 부활 디딤돌을 놨다.
우상혁은 지난 21일 중국 난징 유스올림픽스포츠파크에서 끝난 2025 세계실내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1을 넘었다.
‘파리 챔피언’ 해미시 커(뉴질랜드), 이번시즌 세계 1위 기록(2m34) 보유자 올레 도로슈크(우크라니아·이상 2m28) 등은 2m31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2월9일 체코 후스토페체 실내대회에서 시즌 첫 출격해 2m31로 우승한 우상혁은 같은 달 19일 슬로바키아 반스카비스트리차 대회에서도 2m28로 1위에 올랐다.
실내 시즌 마지막을 알리는 세계실내선수권까지 휩쓸면서 세계 정상급 점퍼임을 다시 입증했다.
물론 이 대회엔 높이뛰기 역사상 세계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와 2020 도쿄올림픽 챔피언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등 일부 톱랭커가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파리의 실패 이후 인고의 시간을 보낸 우상혁이 또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건 의미가 있다.

특히 2m28을 1차 시기에 넘은 건 우상혁과 커, 두 명이다.
우상혁은 2m31 역시 1차 시기에 넘으면서 포효했다.
커는 1~3차 시기 모두 실패했다.
우상혁은 태극기를 두르면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커는 우상혁에게 어깨를 내주며 목말까지 태우고 축하의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직후 소셜미디어에도 “챔피언 우, 또 만나”라는 글을 남겼다.


2022년 베오그라드 대회 우승 이후 3년 만에 정상 탈환이다.
우상혁은 3년 전 실내선수권을 제패한 뒤 같은 해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세계실외선수권에서 2위(2m35)에 오르는 등 오름세를 탄 적이 있다.
올림픽 실패 이후 초심으로 돌아간 그는 지난해 말부터 태국, 체코를 돌며 훈련에 집중했다.
최근엔 난징 유스올림픽스포츠파크와 환경이 비슷하다고 여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우상혁은 “올림픽 때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훈련에 매진했다.
대한육상연맹에서 전지훈련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5월 경상북도 구미에서 열리는 아시아육상선수권과 9월 도쿄 세계실외선수권을 겨냥한다.
우상혁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진격을 다짐했다.
‘부활 점프’에 성공한 우상혁은 포상금도 넉넉하게 챙겼다.
대회 우승 상금 4만 달러(약 5800만 원)를 받은 데 이어 대한육상연맹 경기력 향상금 규정에 따라 세계실내선수권 우승 포상금 5000만 원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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