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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 마스터스 출전, 안재형-자오즈민의 설레는 '나들이'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안병훈 4번째 마스터스 출전
일반 갤러리는 모르는 가족 특권
그들만의 ‘골프판 명절’ 문화 '엿보기'


지난해 마스터스의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한 안병훈 선수의 가족 모습. 이 때는 선수가족이 코스에 들어갈 수 있다. / 안재형
지난해 마스터스의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한 안병훈 선수의 가족 모습. 이 때는 선수가족이 코스에 들어갈 수 있다. / 안재형

[더팩트ㅣ유병철 전문기자]

#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는 매년 4월 첫째 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토터먼트입니다(2025년은 현지시간 기준 4월 10일~13일). 가격을 떠나 입장권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연습라운드까지 하루 약 5만 명의 갤러리(주최 측은 후원자라는 뜻의 패트론으로 부르죠)가 운집합니다. 오거스타에서 라운드 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갤러리로 그 땅을 밟는 것도 골프팬에게는 큰 영광인 것입니다.

이런 마스터스의 이모저모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출전 선수 가족들의 마스터스 나들이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출전 자체가 영광인 까닭에, 많은 선수들이 가족과 마스터스를 함께 합니다. 그들의 세계는 어떨까요? 일반 갤러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면이 있습니다. 안병훈 선수의 부모인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을 통해 그들만의 마스터스 1주일을 살펴봤습니다.

# 한국과 중국의 탁구스타 커플인 안재형-자오즈민 부부는 현재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 신촌에 부부의 이름을 건 탁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버지 안재형은 최근 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에 당선돼 프로탁구(KTTL)의 재출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활동하다가 몇 년 전 은퇴하고 한국에 와 있는 자오즈민은 시간 여유가 많아 지난 3월 초 두 손주들을 보기 위해 미리 미국으로 건너갔고, 안 회장은 23일 출국했습니다.

안병훈의 마스터스 출전은 이번이 6번째인데, 현장 응원은 리우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2016년을 제외하고, 이번이 5번째입니다. 특히 2년 연속이라 정보가 생생합니다. "지난해에는 마스터스 출전이 대회 2주 전에 확정되는 까닭에 숙소와 항공권 예약 등에서 좀 분주했습니다. 물론, 미국에 거주하는 (안)병훈이와 며느리가 수고하지만요. 어쨌든 올해는 일찌감치 출전이 확정돼 좀 수월했습니다. 병훈이의 성적이 컷탈락-33위-16위로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현장에서 열심히 응원하려고 합니다(웃음)." 안 회장의 표정이 유난히 밝아보였습니다.

2024년 마스터스 포토존에서 살짝 개인카메라로 찍은 안재형 회장의 가족사진. 왼쪽이 안재형 회장, 오른쪽 두 번째가 자오즈민 씨. / 안재형
2024년 마스터스 포토존에서 살짝 개인카메라로 찍은 안재형 회장의 가족사진. 왼쪽이 안재형 회장, 오른쪽 두 번째가 자오즈민 씨. / 안재형

# 숙소와 이동

아쉽게도 올해 숙소를 ‘아버지’는 정확히 모른답니다. 물어봤는데 다 잘 준비했고,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네요. 작년은 마스터스 2주 전에 출전이 확정돼 급하게 숙소를 구했는데 오거스타와 승용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수영장이 딸린 3층짜리 건물로 침실이 6개 규모였습니다. 사돈 내외까지 모두 3쌍의 부부에 두 손주, 그리고 베이비시터를 포함하면 총 9명이 머물러야 했기에 좀 규모가 컸다고 합니다.

가격은 1주일에 6만 달러. 지금 환율로 8,500만 원이 넘습니다. 급히 구해 비싼 듯했지만 같이 마스터스에 출전한 한 선수의 경우, 호텔방 2개를 썼는데 이게 5만 달러였으니 그냥 마스터스 주간에는 숙소가 무지하게 비싸다고 보면 됩니다. 차량은 주최 측이 선수 한 명 당 1대씩 벤츠 최상위급 차량을 제공합니다. 세단도 있지만 대부분 SUV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가족의 수가 적으면 이 차량을 함께 쓰면 좋지만, 가족이 많으면 차량 한 대를 추가로 렌트합니다. 이 비용은 다른 주나 도시에서 렌트해도 되니 평상시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동입니다. 마스터스 갤러리는 여러 곳에 조성된 외부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셔틀로 오거스타까지 이동합니다. 그런데 선수차량은 골프장 내 지정 주차장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선수가족들은 보통 이 차량을 이용합니다. 선수는 갤러리보다 일찍 코스에 나가니 먼저 선수를 데려다 주고, 이후 다시 숙소나 갤러리주차장으로 이동해 나머지 가족을 코스로 데려오는 방식이랍니다. 이게 선수가족의 첫 번째 특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조성된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로고 화단. 이곳이 갤러리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핫스팟이다. / 마스터스 홈페이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조성된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로고 화단. 이곳이 갤러리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핫스팟이다. / 마스터스 홈페이지

# 관전과 점심식사

관전은 일반 갤러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 사람들이 많아 홀 간 이동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홀마다 마련된 스탠드는 이미 꽉 차 있고요, 특히 그린이나 티박스 주변 좋은 위치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이미 자리를 맡아놓은 의자들이 놓여있어 가까이서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안재형 회장은 "그런 자리 있잖아요. 이쪽을 보면 그린이고, 저쪽은 다음 홀 티샷이고... 이런 명당에는 모두 의자가 놓여 있어요. 정규라운드는 멀리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한 번은 한 미국 분이 저를 알아보더니, ‘벤 안(안병훈의 영어이름)의 대디냐? 옆 자리가 마침 비어있으니 여기 앉아서 보라’고 하더군요. 그게 고마울 만큼 진짜 사람이 많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단, 연습라운드 때 선수가족은 일반 갤러리와 달리 코스 안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대회 기간 내내 클럽하우스 출입이 가능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주로 샌드위치 같은 간편한 메뉴지만 무료 식사도 가능합니다. 선수 가족의 두 번째 특권이랄까요? 참고로 일반 갤러리는 마스터스의 시그니처 음식인 샌드위치와 맥주 등을 사먹어야 합니다(그리 비싸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아침과 저녁은 가족 단위로 해결하는데, ‘안씨네’의 경우, 대회기간 중에는 번잡한 까닭에 숙소에서 요리를 해먹는 경우는 잘 없다고 합니다. 간편한 밀키트 조리나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후 픽업해와 해결합니다.

마스터스 현장에 가면 홀의 주요 관전포인트마다 이런 의자들이 죽 놓여있다. 주최 측이 의자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정도다. / 마스터스 홈페이지
마스터스 현장에 가면 홀의 주요 관전포인트마다 이런 의자들이 죽 놓여있다. 주최 측이 의자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정도다. / 마스터스 홈페이지

# 사진 기념품 등 기타

마스터스는 사진 촬영이 안 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갤러리는 코스 출입 전에 아예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맡겨놔야 합니다. 공항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시큐리티 체크가 있어 숨겨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단, 연습라운드 때는 휴대폰이 아닌, 사진기로는 촬영이 가능합니다. 갤러리는 급한 전화가 있으면 무료 공중전화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선수가족은 지정차량으로 출입하니 휴대폰 지참이 가능합니다. 그래도 매너상 사용은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클럽하우스 내에 별도의 전화부스가 있고, 코스에서는 휴대폰을 꺼내면 눈총을 받습니다. 그럼 사진은 어떻게 찍냐고요? 클럽하우스 정면 화단에 마스터스 로고가 만들어진 포토 포인트가 있는데, 전문사진사가 찍어주고 정해진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 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안재형 회장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줄이 길어 포기했죠. 그런데 한 번은 지나가는데 사진사가 철수했는지 비어있더라고요. 그래서 차를 근처에 세우고 후딱 사진 한 장 찍었어요. 그런데 이걸 본 시큐리티에게 혼이 났어요.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제가 잘못했죠(하하)."라고 술회했습니다.

어쨌든 휴대폰 지참도 선수가족의 세 번째 특권인 셈입니다. 그리고 기념품(굿즈) 인기도 어마어마합니다. 3, 4라운드에는 인기 기념품은 이미 동이 나 있고, 그 전에는 줄이 아주 깁니다. 역시 한 시간 정도 줄을 서야 순서가 오는데, 안재형 회장도 줄을 서서 기념품을 샀다고 합니다. 특히 8년 전부터인가 마스터스 인형(gnome)이 큰 인기였는데 안재형 회장이 일찌감치 기념품샵에 들렸지만 동이 나서 못 구했다고 합니다. 다른 가족으로부터 어드바이스를 받았는데, 아이를 데려가서 좀 사정하면 공식적으로는 매진이 됐어도, 뒤에서 하나를 빼와 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마스터스 인형. '놈(gnome)'으로 불린다. 정가는 약 50달러지만 2차, 3차 판매를 통해 수백 달러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 네이버 스토어
그 유명한 마스터스 인형. '놈(gnome)'으로 불린다. 정가는 약 50달러지만 2차, 3차 판매를 통해 수백 달러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 네이버 스토어

# 세계 톱골퍼 가족들의 명절

출전 선수의 경우, 정확하지는 않지만 신청하면 10장 내외의 가족패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선수별로 소정의 기념품을 받지만 이는 선수 본인에게도 중요한 까닭에 외부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요. 중요한 것은 마스터스에 출전하게 되면 가능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을 초청해 함께 마스터스를 즐긴다는 사실이죠. 이게 톱골퍼들의 문화인 것은 확실합니다.이렇게 마스터스에 가족들까지 다 모이니 우리로 치면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분위기가 나는 겁니다. 세계 최고 골퍼들의 명절 말입니다. 안병훈도 미국 주니어(AJGA)와 대학(NCAA) 무대를 거친 까닭에 가족들까지 다른 선수 네와 친분이 있습니다. 안재형 회장은 "저스틴 토마스 가족과는 아주 가깝고, 조던 스피스, 브룩스 켑카, 토니 피나우도 잘 아는 편입니다. 또 아내 때문에 중국기자들이 찾아오거나 중국팬들이 응원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대만의 케빈 유도 중국어 소통이 되니 가까워졌지요. 어쨌든 선수 가족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서로 교류하는 등 아주 분위기가 좋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송 인터뷰를 하는 안병훈을 뒤에서 '몰래' 찍은 사진. 일반 갤러리는 이곳에서도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다. / 안재형
방송 인터뷰를 하는 안병훈을 뒤에서 '몰래' 찍은 사진. 일반 갤러리는 이곳에서도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다. / 안재형

# 지난해 안병훈은 마스터스에서 경기하는 소감에 대해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빠, 마치 그림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아." 마스터스는 출전 선수는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배려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대회 전날 파3 콘테스트를 열어온 것도 그 때문이고요. 세 번째 마스터스 나들이에 나서는 안재형 회장은 "작년 파3(콘테스트) 때는 병훈이가 아내 및 아이들과 함께 했죠. 올해는 아직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캐디 등 골프대디를 해봤기에 한 번 쳐보고 싶기는 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골프를 아는 이들에게 마스터스는 꿈의 무대입니다. 이래저래 톱골퍼들의 명절, 마스터스가 올해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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