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명백하고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징계를 내릴 근거가 없다.
K리그 전통의 명문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 그룹 울트라스 레반테는 지난 22일 광주FC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해외 원정 전야제’, ‘해외 입국 심사 통과’ 등 글이 담긴 게시물을 공식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광주를 해외로 지칭하는 건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비하를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단순히 농담이나 일탈로 간주하기 어렵다.
이 게시물이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면서 광주는 물론이고 K리그 전체에서 포항 서포터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의심의 여지 없는 혐오, 비하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징계할 근거가 없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법무팀에서도 검토했지만 경기장 밖 온라인에서 이뤄진 팬 혹은 서포터의 활동으로 연맹이 구단을 징계할 수는 없다.
선수나 구단 관계자라면 가능하지만 이번엔 팬의 행위가 문제가 된 사안이라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만약 이 표현을 경기장 내에서 사용했다면 포항이 징계를 받았을 게 분명하다.
프로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종교적 차별 행위, 정치적 언동, 인종차별적 언동 등이 경기장 입장 관중에 의해 이뤄지면 5점 이상의 승점 삭감, 무관중 홈 경기, 1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명백하게 이번 사안에 부합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경기장 내에서 나온 표현이라면 징계의 근거가 비교적 뚜렷해 보인다”면서 “(이번 사태는) 연맹에서 징계할 수 없지만 구단은 자체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구단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광주 구단에서는 관련자들의 광주 경기 영구 출입 금지 조치와 함께 사과와 조사,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 구단은 난감하다.
팬의 잘못된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프로연맹과 마찬가지로 징계를 내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팬의 온라인 활동을 일일이 검열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출입 금지 등 조처를 내리기도 애매하다.
결국 구단은 서포터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반성하고 해결하길 기대하고 있다.
포항 서포터 마린스는 24일 “단 한 가지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레반테 그룹을 5월18일 광주전 홈 경기까지 코어에서 퇴출한다”며 사과 메시지를 냈다.
문제의 조직을 응원석 중심에 들이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체 징계를 내린 셈이다.
앞으로도 온라인을 통해 문제를 일으킨 팬을 징계할 방법은 없다.
이번 사건으로 공론화가 이뤄진 만큼 팬, 서포터 내 자정 작용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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