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수원=박연준 기자] “나는 김도영이 아니다.
”
KT 내야수 허경민(35)이 남긴 말이다.
이유가 있다.
이강철(59) 감독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상황. 당연히 감사하다.
대신 ‘부담’을 느끼면 또 안 된다.
그래서 몸을 낮췄다.
KT 이강철 감독은 허경민에 대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쓰임새가 많은 선수”라고 평한다.
스프링캠프부터 그랬다.
“진짜 좋다”며 웃었다.
이적 후 빠르게 중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다.
다만 허경민은 그 평가에 마냥 기뻐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나를 좋게 봐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다”면서도 “솔직히 너무 기대를 많이 하시면, 오히려 더 부담이 생길 때가 있다”고 살짝 속내를 내놨다.
그러면서 “나는 KIA 김도영처럼 다재다능한 스타일은 아니다.
기대치를 조금만 낮춰서 봐주시면, 플레이하는 데 더 자유롭고 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부탁했다.

올시즌 허경민은 KT 3번타자로 낙점 받았다.
‘테이블세터’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 뒤를 받치며 득점권 타석에 들어선다.
이 감독은 “치면 정타다.
경민이가 왔기 때문에 지금 타순 조합이 된다”고 설명했다.
3번이면 중심타선이다.
허경민은 ‘책임’보다는 ‘연결’로 받아들인다.
“나는 (강)백호나 로하스가 만든 흐름을 다음 타자들에게 잘 넘겨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3번타자’라는 생각을 너무 의식하면 오히려 플레이가 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상황에서 더 차분한 루틴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허경민은 “찬스에서 실수가 나오면 경기 전체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더 루틴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묵직한 책임감, 흔들림 없는 루틴, 그리고 겸손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KT 유니폼을 입은 허경민은 분명하게 ‘자신의 야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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