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수원=김용일 기자] ‘홈 1승3무, 5골 4실점’, ‘원정 3승1무, 9골 3실점.’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안방이 도리어 적이 되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리더 구실을 하는 ‘92라인’은 이유 있는 현상이라며 동시 일갈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이상 33)은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8차전 요르단전을 1-1로 마친 뒤 지속하는 ‘홈 경기 부진’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홈에서는 가장 좋은 컨디션과 환경에서 경기해야 한다.
개선 안 되는 게 속상하다.
선수 마음을 대신해 말하는 것도 이제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핑계로 들리겠지만 작은 디테일로 승부가 결정되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현 상황은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르단전에 앞서 국내 고르지 않은 그라운드 잔디 상태를 비판한 이재성도 다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홈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에 선수단 모두 큰 책임감을 품는다.
다만 환경적으로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홈에서 이점을 얻었으면 좋겠다.
(팀 내엔 유럽 등) 좋은 환경에서 축구하는 선수가 많다.
이들 모두 갈망이 있는데 이곳에서 채우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최근 K리그1에서도 최악의 축구장 잔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손흥민, 이재성의 발언도 어우러져 해석한다.
다만 내부 목소리를 들여다보면 대표팀 선수의 ‘환경 개선 요구’는 단지 잔디에 국한한 게 아니다.
대표팀은 현재까지 치른 3차 예선 홈 4경기를 잔디 등 여러 사정으로 각기 다른 경기장을 사용했다.
서울(팔레스타인전)~용인(이라크전)~고양(오만전)~수원(요르단전)을 돌아다녔다.
사실상 ‘떠돌이 생활’을 하며 매번 다른 잔디와 조명 등에서 단시간 적응 훈련하고 실전 경기를 치렀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A는 “솔직히 선수끼리 예전 파주NFC 얘기를 많이 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도 많아졌고 전체적으로 팀 피로도가 많은 상황인데 훈련장은 물론 숙소까지 매번 옮겨 다니면서 어수선한 게 사실”이라며 “파주에서는 공식 훈련 외에 선수끼리 삼삼오오 별도 보강 훈련도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여건이 됐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파주NFC는 축구협회와 파주시가 무상 임대 계약을 맺고 20년 넘게 전 연령별 대표팀의 훈련 및 숙식 공간으로 사용, 보금자리 구실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 계약 만료로 떠나게 됐다.
축구협회는 충남 천안시에 파주NFC 4배 규모의 축구종합센터를 건립 중인데 올가을에야 완공된다.
이달 ‘세계 1호’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안정적인 대표팀 훈련 환경 속에 홈 4경기 모두 ‘축구 성지’로 삼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치렀다.
어느 팀이든 안방을 옮겨 다니며 훈련하고 경기하면 홈 이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백승호(버밍엄시티) 등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도 연장선이다.
이밖에 여전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논란을 자초한 축구협회 행정을 질타하는 여론, 4선에 성공하고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 장기화로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등 장외 불안 요소가 A대표팀 홈 경기 분위기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선수가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환경이 아니다.
‘내 집이지만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와 환경에 놓인 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손흥민이 언급한 디테일 강화는 이런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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