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고양=김용일 기자] “(김)가영이는 어릴 때 공기놀이를 해도 지는 걸 정말 싫어했죠.”
여자 프로당구의 슈퍼스타 김가영(43·하나카드)의 아버지인 김용기(75) 씨와 어머니 박종분(71) 씨는 이렇게 말하며 딸을 바라봤다.
이번시즌 LPBA 정규투어 3~8차를 연달아 휩쓴 그는 최근 제주도에서 막을 내린 ‘시즌 왕중왕전’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우승, ‘1강’의 위용을 뽐냈다.
무려 7개 투어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일궈냈다.
포켓 세계챔피언으로 활약하다가 프로당구 출범에 맞춰 3쿠션으로 전향한 김가영은 큐부터 테이블 크기까지 전혀 다른 환경에도 남다른 노력과 빠른 습득력으로 일인자가 됐다.
그의 부모는 어릴 때부터 느낀 딸의 ‘남다른 기질’을 언급했다.


김가영은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 씨가 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큐를 잡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큐를 잡았고 4구 등을 배워 손님인 대학생과 당구를 쳤다.
포켓 선수로 자리잡은 건 1997년 중학교 2학년 때다.
이틀 연습하고 출전한 포켓볼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 씨는 딸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운동 선수 출신답게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김 씨는 “난 당시 합리적으로 훈련시킨 것”이라고 웃었다.
그러자 김가영은 “당시 아빠가 무서워서 훈련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옛 기억을 더듬은 김 씨는 “사람은 항상 다음 단계 도전을 주저한다.
이런 점에서 가영이한테 야단도 많이 쳤다”며 “한 번은 가영이에게 포켓 30박스를 하라고 했는데 하기 싫어해서 100박스를 시켰다.
툴툴거리면서도 오기로 하더라. 나중에 다시 30박스를 주문하니 ‘룰루랄라’하며 가볍게 했다”고 말했다.
김가영은 “사실 난 새로운 것을 하는 걸 두려워하는 성격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빠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스스로 한계를 깨나가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또 “어릴 때 워낙 무서운 분위기 속 힘들게 운동해서 그런지 (포켓 선수로) 대만, 미국 등에서 활동할 때 온갖 어려운 상황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박 씨는 “가영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줄넘기, 고무줄놀이, 공기를 해도 지기 싫어하는 아이였다.
어느날 당구 테이블 위에서 공기를 갖고 맹훈련하더라”며 “아버지의 강한 훈련도 힘들어했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이겨내더라”고 떠올렸다.

김 씨는 딸의 운동DNA는 자신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박 씨는 어릴 때 배구선수를 꿈꿀 정도로 탁월한 운동 능력을 뽐냈다고 한다.
당구 실력도 수준급. 주요 아마추어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했다.
운동 외에도 못하는 게 없었단다.
김가영은 “엄마는 잡기에 능하셨다.
지금 나이에도 줄넘기 이단뛰기를 거뜬하게 하신다”고 웃으며 “십자수, 뜨개질도 잘 하셨는데 내가 많이 배운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강한 멘탈과 어머니의 운동DNA가 어우러진 게 김가영아닐까.


매 시즌 애버리지를 끌어올려 이번시즌 평균 1.208을 달성한 김가영은 어느덧 남자 수준인 1.6대를 새 목표로 내세웠다.
김 씨는 “딸이 1점대 부근에서 오래 머물 줄 알았는데 1.2가 되더라. 과거 포켓 세계챔피언을 오래 유지한 관록 등이 따르는 것 같다.
프로 마인드를 지녔다”며 더욱더 비상하기를 바랐다.
박 씨는 “엄마로서는 딸이 더 잘 챙겨 먹으면서 선수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가영은 “새 시즌에도 한계를 넘어서려는 자세로 임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방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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