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의정부=정다워 기자] ‘불혹의 세터’ 유광우의 경기력에 따라 대한항공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엔 그가 명백한 주연이다.
유광우는 2007년 프로 데뷔 후 삼성화재의 ‘왕조 시대’를 열었던 V리그 최고의 세터였다.
시대를 풍미했던 그는 2016년 우리카드를 거쳐 2019년 대한항공에 입단하면서 조연이 됐다.
‘항공 왕조’의 주역은 단연 동갑내기 한선수였다.
유광우는 주로 한선수가 풀리지 않을 때 대체자로 들어갔다.
이번엔 그림이 달라졌다.
유광우는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3차전 승리의 주역이었다.
좌우 중앙을 고르게 활용하는 현란한 토스로 대한항공의 극적인 역전을 이끌었다.
상대였던 KB손해보험의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은 “유광우가 들어온 뒤 스피드가 빨라졌다.
빠른 토스를 구사하는 선수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었다.
경험도 많고 팀을 돌아가게 하는 기능을 잘하는 선수 같다.
러셀도 잘 활용했다.
마지막에는 우리가 준비한 블로킹 전략을 완전히 뒤집는 토스도 나왔다”라며 패배 원인으로 유광우의 활약을 꼽았다.
유광우를 향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신뢰는 3세트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했다.
대한항공은 세트 중반까지 4~5점 차로 뒤지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보통 토미 감독은 이 분위기가 되면 세터를 교체한다.
이번엔 달랐다.
유광우를 끝까지 뒀고, 결국 그는 세트 막판 KB손해보험 블로커 라인을 흔드는 토스로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의심의 여지 없는 승리의 주인공이었다.
경기 후 유광우는 “선수들이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들지만 그 분위기에 휩쓸려 재밌게 경기했다.
승리해 기분이 좋다.
이 기운을 몰아 천안으로 가겠다.
체력적으로는 우리만 힘들겠지만 기세라는 게 있다.
재밌는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늘 조연에 가까웠던 유광우는 “항상 그랬지만 세터는 뒤에서 묵묵하게 받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팀이 승리하고 우승해야 빛난다.
그것만 보고 간다.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할 일을 하다 보면 좋은 시간이 올 것이라고 본다”라며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1일 천안에서 시작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한다.
이제부터는 또 다른 유광우의 시간이 온다.
유광우는 “정규리그와 챔프전은 다르다.
붙어보고 기세 싸움을 해봐야 안다.
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기세가 이어지면 좋은 성적이 있을 것”이라면서 “항상 우승이 목표다.
달성을 위해 투지 있게 땀 흘리는 게 중요하다.
그게 되면 흐름대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게 목표다.
한 점을 따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레오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선수들이 있다.
우리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1985년생. 불혹의 나이지만 유광우는 “경기는 뛸 수 있다.
다음 날 일어나면 힘들 뿐이다.
중요한 경기다.
체력은 신경 쓰지 않고 좋은 기운을 받아 후배들과 열심히 뛰면 힘든 것을 잊을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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