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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부터 V리그 남자부의 ‘양강’을 형성해온 팀을 꼽으라면 단연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을 꼽을 수 있다.
2017~2018시즌에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전인미답의 영역인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하며 ‘대한항공 왕조’를 탄생시켰다.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 7연패에 빛나는 ‘삼성화재 왕조’에 이은 V리그 남자부 두 번째 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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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는데, 승자는 현대캐피탈이었다.
2016~2017시즌과 2018~2019시즌에 우승을 차지하며 2승1패로 앞섰다.
이에 대한항공은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으면서 두 팀의 챔프전 전적을 2승2패로 맞췄다.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은 두 팀의 5번째 정상 맞대결이다.
두 팀의 라이벌 역사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성격이 짙은 맞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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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시즌엔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로 현대캐피탈을 기다리는 입장이었지만, 올 시즌엔 반대다.
현대캐피탈이 시즌 초반부터 독주하며 달려 나가더니 6경기를 남겨놓고 역대 최단기간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며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정규리그 1위를 놓치며 통합우승 5연패가 좌절됐다.
정규리그 3위라는 어색한 순위를 받아든 대한항공은 2위 KB손해보험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2,3차전을 모두 셧아웃 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과시하며 또 다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포스트시즌 자체가 열리지 않은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2016~2017시즌부터 8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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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매년 5승1패를 거두며 도합 20승4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두 시즌 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3전 전승으로 현대캐피탈을 가볍게 꺾었던 대한항공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이러한 ‘천적관계’도 뒤집어졌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에서 5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정규리그 순위와 상대전적에서도 알 수 있듯,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우세하다는 평가다.
역대 최고의 외인 레오(쿠바)에 이제는 명실상부 토종 넘버원 공격수로 성장한 허수봉이 이루는 ‘쌍포’는 현대캐피탈의 필승카드다.
여기에 신펑(중국), 전광인까지 버티는 양 날개 공격수들을 앞세워 각종 공격 지표에서 1위에 올랐고, 서브, 블로킹까지 배구에서 득점을 낼 수 있는 모든 루트에서 리그 1위에 오른 현대캐피탈이다.
프랑스 출신 ‘명장’ 필립 블랑은 통영 KOVO컵과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프전까지, 부임 첫해에 트레블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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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입단해 15년간 현대캐피탈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문성민이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챔프전 코트에는 서지 않는 문성민은 코트 밖에서 후배들을 응원한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코트를 떠나는 문성민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는 마음으로 중무장해 있다.
대한항공의 비교 우위는 ‘경험’이다.
단기전에서의 경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경험에서는 현대캐피탈보다 대한항공이 앞서 있다.
때로는 이 경험이 객관적인 전력도 넘어선다.
이번 플레이오프 승리가 그 예다.
분명 3라운드부터 20승4패라는 놀라운 승률로 꼴찌에서 2위까지 오른 KB손해보험이 기세로 보나 전력으로 보나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었지만, 대한항공은 1패 뒤 2연승을 거두며 ‘큰 경기 DNA’를 과시했다.
시즌 막판 무릎 부상으로 뛸 수 없게 된 트라이아웃 1순위 요스바니(쿠바)를 대신해 ‘V리그 경력직’ 카일 러셀(미국)을 데려온 선택도 플레이오프에서 빛을 발했다.
러셀은 3경기에서 75점을 폭발시키며 대한항공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세터 싸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 황승빈은 2014~2015시즌에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한선수의 그늘에 가려 오랜 시간 백업 세터에 머물러있던 황승빈은 2021~2022시즌 삼성화재로 이적하며 주전 세터로 거듭났지만, 이후 매 시즌 유니폼을 갈아입는 ‘저니맨’이 됐다.
2022~2023시즌엔 우리카드, 2023-24시즌엔 KB손해보험에서 뛰었고, 올 시즌은 현대캐피탈로 다시 이적했다.
주전 세터로 쓸만한 재목이긴 하지만, 팀을 우승시키기에는 2% 부족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황승빈이지만,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를 맡으며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다.
황승빈 역시 대한항공을 챔프전 상대로 기다려왔다.
그는 지난 21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내 개인적인 선수생활을 돌이켜보면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을 ‘밟고’ 우승하고 싶다.
대한항공에서 내 기량을 못다 피우고 이적했기에, 챔프전에서 맞붙는다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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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반지만 둘이 합쳐 16개(한선수 5개, 유광우 11개)인 1985년생 동갑내기 세터 듀오가 함께 뛰었기에 대한항공의 통합우승 4연패가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둘의 존재 덕분에 대한항공은 언제나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주장이자 대한항공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한선수보다는 유광우가 더 빛났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차전 1,2세트를 한선수에게 맡겼다가 패하자 이후부터는 유광우에게 코트 위 사령관 자리를 맡겼고, 유광우는 2,3차전에서 노련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경기운영으로 대한항공의 챔프전 진출을 이끌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챔프전 1차전에서 한선수와 유광우 중 누굴 택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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