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천안=박준범기자] 현대캐피탈이 필립 블랑 감독과 ‘새 왕조시대’ 서막을 열어젖혔다.
현대캐피탈이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19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5일 인천계양체육관. 현대캐피탈 선수는 너나 할 것 없이 코트에서 기쁨을 나눴다.
‘은퇴’를 선언하고도 구단과 동행한 리빙레전드 문성민도 활짝 웃었다.
좀처럼 미소를 짓지 않던 블랑 감독은 선수에게 둘러싸여 흥겨운 춤사위를 보여줬다.
그사이 인천계양체육관에 걸린 대한항공의 ‘리그 최초 4년 연속 통합 우승’ 걸개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현대캐피탈의 통합 우승과 다섯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축하하는 새 걸개가 올라갔다.
대한항공 왕조가 저물고 현대캐피탈 새 왕조의 시작을 의미하는 듯했다.
◇시즌 내내 ‘막강’…구단 최초 ‘트레블’+‘통합 우승’ 의미
현대캐피탈은 구단 최초로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을 달성했다.
남자부 트레블은 2009~2010시즌 삼성화재, 2022~2023시즌 대한항공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또 통산 5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시즌 최태웅 감독이 물러난 뒤 블랑 감독을 선임했다.
그은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구단과 대표팀 감독을 지낸 명장이다.
특히 2022년부터 일본대표팀을 이끌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준우승을 이뤄내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블랑 감독은 현대캐피탈에 부임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의 신뢰를 끌어냈다.
곧바로 성과도 냈다.
컵대회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정상에 섰고, 정규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파죽의 16연승을 내달렸다.
정규리그 1위를 30경기 만에 달성했다.
남자부 역대 최단기간 정규리그 1위 확정이다.
최다 승점(승점 88) 기록도 썼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3차전 모두 대한항공에 한 세트씩만 내줬다.
컵대회 결승을 시작으로 정규리그(5승1패)와 챔피언결정전(3승)까지 이번시즌 대한항공과 10차례 맞대결에서 9승1패로 압도했다.
블랑 감독은 “꿈꿔온 순간이다.
세 개의 트로피 앞에서 사진을 찍어 매우 기쁘다.
구성원 모두 함께 일군 트로피라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다른 팀 안 갈게” 약속한 레오…현대캐피탈 새 왕조 서막
레오와 허수봉은 역대 최강 ‘원투펀치’로 꼽힐 만하다.
둘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에서 공격 종합, 퀵오픈, 서브, 블로킹 모두 1위였다.
레오와 허수봉도 대부분 공격 지표에서 5위 안에 포함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둘은 3경기 내내 40점 이상을 합작했다.
레오가 허수봉을 제치고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했다.
레오는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이상 삼성화재) 이후 세 번째로 챔피언결정전 MVP 주인공이 됐다.


레오는 “솔직히 허수봉과 전광인이 있는 팀에서 나를 어떻게 활용할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함께 훈련하며 시스템에 적응했고, 이러한 힘이 우승으로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으로 팀을 이끈 허수봉은 “좋은 주장으로 남기 위해 한 발 더 뛰고 기합도 한 번 더 넣었다.
내게도 득이 됐다”고 설명했다.
둘은 벌써 차기 시즌을 바라본다.
허수봉은 “이번시즌 우승했다고 다음 시즌에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레오가 1년을 더 할 것 같은데, 더 좋은 호흡으로 우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레오는 “다른 팀은 가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씩 웃었다.
현대캐피탈 ‘왕조’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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