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 기자]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
KIA 이범호(44) 감독이 롯데전에서 이례적으로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치클락 규정 때문이다.
상대가 잘못했다고 봤다.
심판진 설명은 ‘문제없음’이다.
하루가 지나 긴 대화를 나눴다.
이해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모호한’ 구석은 있다.
뭔가 명확하지 않다.
이범호 감독은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롯데와 경기에 앞서 “어제 4초 남은 상황에서 포수가 타임을 불렀다.
풀카운트에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때는 타임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진이 받아줄 수 있다고 하더라. 포수 한 명이 경기에서 한 번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쓰면 경고를 준다고 했다.
나는 주자가 없을 때는 타임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된다고 하니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상황은 전날 KIA-롯데전 5회초 발생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패트릭 위즈덤이 섰다.
마운드에는 나균안. 풀카운트에서 6구를 던질 차례다.
나균안이 투구 동작에 들어갔고, 포수 정보근이 갑자기 일어섰다.
나균안도 움찔하며 발을 뺐다.
정보근이 다시 앉으며 타임을 요청했다.
이때 나균안이 글러브로 귀를 가리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심판도 정보근에게 피치컴 상태를 확인하는 듯했다.
그런데 나균안은 피치컴을 쓰지 않는다.
이범호 감독이 박차고 나왔다.
“피치컴을 쓰지 않는데 왜 타임을 받아주느냐”고 항의했다.
어필이 4분간 진행됐다.
심판진은 “포수가 타임을 신청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 설명을 내놨다.

하루가 지나 이범호 감독이 심판실을 찾아 얘기를 다시 나눴다.
여기서 심판진은 “주자가 없을 때라도 포수가 한 번은 타임을 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나는 주자가 없을 때 타임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굉장히 복잡하더라. 심판은 ‘경기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 페널티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해를 좀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오케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주자가 없을 때, 피치클락이 임박했을 때 타임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포수 한 명이 한 번 할 수 있다더라. 그걸 심판이 받아들이고, 경고를 준다고 했다.
포수가 바뀌면 또 한 번 할 수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자가 있을 때는 발을 빼면 25초가 다시 올라간다.
주자가 없을 경우가 걸린다.
포수가 할수 있다고 하니, 나도 그렇게 알고 있겠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2025 KBO리그 규정에 이 내용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슷한 무언가’는 있다.
피치클락 규정 세칙에 ‘피치클락의 잔여시간이 9초 미만일 때 포수가 포수석을 떠나 수비 신호를 보내고자 할 경우, 포수가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정보근이 ‘포수석을 떠나’, ‘수비 신호를 보내고자’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뭔가 석연치 않다.
포수가 타임을 신청하면 이를 받아들이고 경고를 준다는 내용은 없다.
거꾸로 보면, ‘주자가 없을 때 타임을 신청할 수 없다’는 규정 또한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한쪽은 또 다른 설명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혼돈의 피치클락이다.
일단 이범호 감독은 수긍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피치클락 도입 첫 시즌이기에 시행착오는 불 보듯 뻔하다.
뭔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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