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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BNK썸 박정은 감독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그간 아무도 가지 못했던, 그러나 누군가는 꼭 가야했던 길. 박정은 BNK 감독이 열었다.
여성 감독으로서 최초로 정상을 밟았다.
지난달 20일 막 내린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서 우리은행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3주가 지났지만 여운이 남아있는 듯했다.
각종 우승행사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단, 감사함이 앞선다.
박 감독은 “선수 때 이후 한 20년 만에 우승한 것 같다.
축하해주시니 조금씩 실감이 나더라”고 웃었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BNK 2대 수장으로 선임됐다.
처음부터 원대한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다.
박 감독은 “여성, 남성을 떠나 그저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농구선수로서 받았던 사랑, 혜택이 많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주고 싶었다.
여자농구가 조금 더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지도자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남성 위주다 보니 여성이 설 곳이 많지 않다.
누군가는 깨야했고 내게 기회가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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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BNK썸 박정은 감독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실력을 증명해야하는 것은 기본. 편견과도 맞서야 했다.
기본적으로 선·후배가 아닌,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확립시키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박 감독은 “과거 남자 지도자가 대부분이었지 않나.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여성 지도자를 만났을 때 선배님으로 먼저 대하더라. 그걸 깨는 게 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나름대로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했다.
박 감독은 “코트 안에서와 밖에서의 자세가 완전 다르다.
언니의 잔소리 느낌을 지우려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사령탑이라는 세 글자가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을 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선수시절엔 나만 잘하면 됐다.
감독은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감정을 넣지 않는 것이다.
최대한 팩트(fact) 위주로 얘기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하나 세팅하고 운영하고 또 만들어냈을 때 성취감은 상상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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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BNK썸 박정은 감독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혼자서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시즌 내내 엄청난 연락이 쏟아졌다.
응원의 메시지부터 값진 조언들까지,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박 감독은 “성별을 떠나 농구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우승했을 땐 본인 일처럼 더 기뻐해주시더라. 정말 고마웠다”면서 “사실 이렇다 할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먼저 연락해주시고, 심지어 본인이 힘들게 쌓은 경험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더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새롭게 세워진 이정표. 박 감독의 모습은 누군 또 하나의 꿈이 되기도 한다.
최근 신한은행이 최윤아 감독, 이경은 코치 등을 선임하는 등 여성 지도자들이 하나둘 많아지고 있다.
박 감독은 “아주 조금의 지분은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여자농구) 초·중·고등학교 쪽에선 여성 지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동료로서, 경쟁자로서 환영하고 응원한다.
각자의 색깔대로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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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BNK썸 박정은 감독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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