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뤄졌다.
국내 남자 골프 유망주 최승빈의 이야기다.
그는 다음 달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90만 달러)에 출전한다.
주최사 초청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 중 유일한 등판이다.
17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 올드코스에서 개막한 KPGA 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 나선 최승빈은 대회 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PGA 투어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며 " 더 CJ컵을 통해 큰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어 설렌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최승빈은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제주도 출신 선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 클럽을 처음 잡았다.
선수로 뛰기로 결정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아마추어 고수인 아버지와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서 골프를 배웠다.
주니어 시절인 2019년 제주도지사배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2022년 KPGA 투어에 데뷔했고, 2023년 제66회 KPGA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5년짜리 시드를 받았다.
그는 "이렇게 빨리 우승할 줄은 몰랐다"며 "우승 덕분에 편안하게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 5월생인 최승빈은 아이돌처럼 생겼다.
얼굴이 작고 웃는 모습이 귀엽다.
키 177cm, 체중 72kg이다.
체구는 작지만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한다.
평균 300야드 이상을 보낸다.
가장 자신 있는 클럽으로 드라이버를 선택했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부문에서 2023년 3위(311.224야드), 작년에 2위(309.465야드)에 올랐다.
"똑바로 멀리 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주말골퍼에게 장타를 날릴 수 있는 비법에 대해선 "처음 배울 때부터 강하게 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스윙을 예쁘게만 만들면 비거리를 늘릴 수 없다"고 조언했다.

최승빈의 멘토는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부터 매킬로이를 좋아했다.
동영상을 보면서 매킬로이의 스윙을 따라 했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1년 US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 오픈에 이어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골프 역사상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2000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5년 만에 대기록을 세웠다.
이젠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최승빈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봤는데 너무 멋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최승빈은 올해 KPGA 투어에 전념한다.
좀 더 실력을 키워 해외 무대로 나갈 계획이다.
지난겨울 비시즌 동안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약 40일 동안 골프에만 집중했다.
그는 "부족했던 쇼트게임을 보완하는 데 힘썼고, 코스를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했다"고 밝혔다.

최승빈의 꿈은 PGA 투어에서 뛰는 것이다.
자신의 우상인 매킬로이와의 동반 플레이도 상상하고 있다.
그는 2022년부터 3년 동안 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도전했다.
1차 예선은 통과했지만, 최종전 진출엔 실패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PGA 투어에 입성할 수 있는 자격시험을 볼 계획이다.
"도전을 하면서 골프를 배우고 있습니다.
Q 스쿨을 치를 때마다 꿈이 선명해지고 있어요. 언젠가 PGA 정규 투어에서 뛰는 모습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
최승빈은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과 24일 열리는 우리금융 챔피언십을 뛴 뒤 더 CJ컵 출전을 위해 28일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그는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더 CJ컵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면서 "내 골프 인생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열심히 치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라는 물음엔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춘천=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