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글·사진 이상배 전문기자] 북녘이 바로 코앞인 교동도의 첫 이미지는 그저 평화롭고 편하다. 넓은 평야와 저수지, 북쪽 해안의 철책선, 서해 여러 섬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드넓은 개펄이 숨 쉬고 있다. 북으로는 예성강, 동으로는 임진강, 남으로는 한강이 서해 넓은 바다에 이르기 전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다.
교동도는 강화도 북서부에 위치하며 동경 126도, 북위 37도이며, 면적은 47.14㎢(송파구 약1.4배)로 전국에서 13번째로 큰 섬이다. 강화군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면으로 대룡리 등 13개 리가 있다.
교동도는 쌀농사가 주 농으로 추수가 지나면 많은 이삭들이 논바닥을 덮기에 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먹이 낙원이다. 지척 북녘 또한 곡창지대인 북한 연백평야가 펼쳐져 있어 철새들은 바다를 질러서 남북을 자유스럽게 오간다. 그야말로 평야와 함께 넓은 갯벌은 철새들의 낙원이다.
북한과 거리가 2.6km에 불과한 접경지역으로,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모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곳이다. 오랜 시간 소외된 도서 지역으로 ‘시간이 멈춘 섬’으로 불렸으나, 2014년 교동대교의 개통으로 더욱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한겨울 교동도는 겉보기에 황량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정이 넘치고 따스함 그 자체다. 고려·조선시대 유배의 섬으로, 한국전쟁 이후엔 남북이 총부리를 겨눈 최전방의 섬으로, 삼엄한 경계와 긴장 속에 주민들은 살아왔지만 따뜻함이 피어오르는 곳이다.
소한과 대한 사이 맹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생명의 온기가 가득한 교동도다. 어느덧 반백 머릿결이 어울리는 다정한 벗들이자, ROTC 동기생들이 교동도를 찾았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강화군 군 조인 저어새의 긴 부리와 눈을 형상화한 ‘화개산 스카이워크형 전망대’다.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한강 하구와 서해의 아름다운 풍경, 북녘땅에 흐르는 예성강을 따라 펼쳐진 연백평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어진 곳은 ‘망향대’로 한국 전쟁 때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와서 정착한 실향민들이 고향 땅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북서쪽 밤 머리 산에 있는 ‘망향대’는 바다 건너로 북녘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실향민들은 고향 땅이 바라다보이는 이곳에 1960년에 비를 세우고 추석 등에 매년 제를 올리며 망향의 한을 달래고 있는 곳이다.
교동도의 생활 중심지는 대룡리 일대로 교동도 여행의 거점이 되는 곳이다. ‘대룡시장’은 한국전쟁 때 황해도 연백군에서 잠시 피난 온 주민들이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해 생계유지를 위해 마련한 골목 시장이다. 황해도 연백군의 연백시장을 본떠서 만든 재래시장이다.
오랫동안 시간이 멈춘 섬인 탓에 오래전 우리네 농어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그중에 1960년~70년대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대룡시장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복고풍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교동향교’가 있는데, 이 향교는 고려 충렬왕 때 안향이 원나라에 다녀오면서 처음으로 공자 초상을 가져와 모셨다는 곳이다. 향교 입구에 교동도를 거쳐 간 관리의 불망비·선정비 40기가 있다. 향교 앞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오르면, 고려 때 목은 이색이 공부한 곳이라는 작은 암자 화개사가 있다.
바로 옆은 조선의 폭군 연산군이 최후를 맞은 ‘위리안치 유배지’로 전해오는 곳이다.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폐위돼 교동도에 유배된 지 석 달 만에 죽었다. ‘위리안치’는 가시(탱자)나무 울타리 안에 가두고 행동을 제약한 형으로 유배형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형벌이다. 교동도는 연산군 말고도 고려의 21대 왕인 휘종, 조선 세조의 동생 안평대군, 광해군의 형인 임해군, 인조의 동생 능창대군, 광해군의 폐비 류씨 등이 유배됐던 ‘왕과 왕족의 유배지’였다.
새해를 맞은 지 어느덧 보름이 지나는 시점에 춥지만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교동도에서 다정한 벗들과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을 새긴 시간이다. 아울러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비우고, 건강을 챙겨본 최적의 여정이기도 하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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