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 또 제게 관심을 가져 기꺼이 이 누추한 블로그에까지 찾아와 주신 분들 모두는 제가 바이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 아닙니다. 저를 생판 모르시는 분들일지라도 모를 리 없을 겁니다. 제 블로그엔 온통 바이크 이야기 뿐이고, 항상 헬멧을 쓰고 다녀 눌린 머리 탓에 제 얼굴엔 "나는야 라이더~" 라고 쓰여 있으니까요. ^^
바이크를 접하게 된 건 대학에 입학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입니다. 전공은 재미없고(교수님 죄송합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과제에 파묻혀 지내는데, 도무지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있어야 말이죠. TV 속의 '반항아' 들처럼 바람을 맞고 싶었던 게 솔직한 이유라면 너무 유치한가요?
늦바람이 무섭다고, 뒤늦게 바이크의 맛을 들인 제게 군대는 너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관리는 커녕 시동도 한 번 못 걸어줄게 너무 미안해서 첫 애마(06년식 레드와인 RoadWin이었습니다. 머플러를 모리와끼 풀시스템으로 튜닝했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놈이었죠.)를 테헤란로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 팔아치워 버리고 나니... 근무를 서다가도 지나가는 바이크에 정신이 팔려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자대배치 받던 날 몰래 수첩에 CBR600RR을 그렸는데 잠자리 같다고 비웃음을 샀던 기억도 있네요. 석양을 바라보는 노인의 심정으로, 약간은 체념하고 지내려 했지만 도저히 참아낼 수 없었다죠? 바이크 타는 꿈을 어마어마하게 꾸던 날들이었습니다.
역시나, 저도 하더라고요, 제대.
미♡ 듯 돈을 모았습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돈만 모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제대한 지 정확히 한 달 되는 날 HONDA SCR110 신차를 내릴 수가 있었습니다. - 저금리 대출 감사합니다...?? -_- - 좋은 녀석입니다. 세련된 도시남자의 심장에 어울리는 새하얀 색인데다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유선형의 디자인! 잔고장도 없는 기술의 혼다답게, 앞으로 10년은 끄덕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아이랄까요? 씨알이랑은 결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ㅅㅎ
그치만... 원래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요. <사랑과 전쟁>이 따로 있나요. 다들 그렇게 사소한 이유들로 틀어지고, 다신 안 볼 것처럼 죽어라 싸우는 거죠 뭐. 씨알이와의 별거 역시 아주 작은, 지극히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어림잡아 90 : 1 이 넘는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이 기막힌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 아직도 전화 받고 춤추던 때의 흥분이 가시질 않네요. 이 글을 쓰고 사진을 정리하는데도 가슴이 두근두근, 쿵쾅쿵쾅합니다.
씨알이도 씨알이지만 소개해 드릴 PCX(애칭을 고민 중입니다 ^^) 또한 엄청난 녀석입니다. 앞으로 한 달을 부대끼고 티격대며 전국을 달릴 PCX와 저를, 모쪼록 응원해 주시길 벌써부터(?) 부탁 드립니다. 도로에서 만나면 헬멧 너머로 손 흔드는 것도 잊지 말구요.
이제 시작합니다.
님들 허세 작렬해서 미안해 ㅋ 쉽지 않겠지만 귀엽게 봐줘 봐봐 ㅋ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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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천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