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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텔이 지금까지 근 10년 가까이 지켜 온 ‘틱-톡’ 개발 모델을 바꿀 거라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있다. 또한 인텔에 있어 절대적 가치(?)로도 볼 수 있을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무어의 법칙’은 이제 한계에 오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이미 수 년째 들려오고 있다. 게다가 4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 프로세서 신제품은 모바일을 먼저 거치고, 데스크톱은 아예 5세대를 실질적으로 건너뛰어 버리고, 서버는 이제 브로드웰 아키텍처가 나오는 시간차 부분도 이런 느낌을 더 크게 만든다.
제온 E5 v4는 코어 세대로 보면 이미 한 세대 전의 아키텍처가 된 ‘브로드웰(Broadwell)’을 기반으로 하는데, 출시 소식에 이 한 줄만 보고 이미 지레짐작할 여지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브로드웰 기반의 PC, 모바일용 프로세서와 이 서버용 프로세서들을 자세히 보면, 사실 같은 아키텍처인지도 의심될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특히 프로세서 부분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최적화를 넘어, 보안 등에서 새로운 명령어셋이 추가되었다는 점도 있다.
가상화 기반의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에서 최근 보이는 흥미로운 점으로, 하드웨어 기반 종속성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지만 특정 코드나 워크로드를 위한 ‘가속기’나 ‘가속 기능’은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있다. 제온 E5 v4와 플랫폼 전략에서 보이는 방향도 사실 이런 방향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무어의 법칙에 준하는 성능 향상 수준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예전처럼 단순히 더 크고 빠르게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 SDN과 NFV, 더 나아가 SDI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일단 ‘성능’일 것.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의 출발은 인프라의 유연성과 함께 모든 것을 표준 기반 하드웨어에서 구현해 인프라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에 대한 종속성을 없애 보고자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가상화 등에서 오픈소스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부분은 하드웨어 종속성이 꽤 남아 있는데, 특수한 형태의 워크로드에 적용되는 ASIC 가속기를 범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는 따라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하드웨어 종속성이 큰 대표적 분야가 네트워크와 암호화이며, x86 하드웨어 기반의 SDN이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 부분의 기술적인 해결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향후 SDN과 SDI 영역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기술로 꼽을 만한 것이 DPDK인데, 기존 네트워크 스택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크게 생략하고, 병렬화와 최적화 등으로 VM 기반에서도 전용 장비에 준할 정도의 성능을 얻을 수 있게 했고, 이에 x86 기반 SDN 인프라에는 어떻게든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새로운 명령어와 기존 명령어의 최적화 또한 VM 기반의 SDI 환경을 위한 포석임이 분명해 보인다. 리소스 디렉터 기술이나 VM 관련 레이턴시 감소는 가상화 기반 SDN 환경에서 가장 극적인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한 변화이며, 암호화 관련 명령어셋의 추가에서도 가장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네트워크임도 분명해 보인다. 어찌 보면 예전의 ASIC 기반 가속기의 위치가 옮겨간 듯한 셈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기본 기능 측면에서는 분명 ‘오픈’이다.
▲ SPDK 적용 x86 기반 iSCSI 스토리지의 IOPS가 이제 3M IOPS를 넘을 정도다.
이에 따라 스토리지 부분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ISA-L은 프로세서의 새로운 암호화 명령어 등을 사용하는 최적화를 위한 라이브러리고, SPDK는 다시금 보면 DPDK와 ISA-L을 묶은 네트워크 스토리지용 종합 툴킷이기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다양한 기술들이 대부분 새로 추가된 몇 가지 기능과 명령어에 모두 연결되고 있다는 데서, 플랫폼 구성 기술 측면에서 이번 E5 v4는 참으로 가지고 있는 기술을 잘 포장했다는 느낌도 든다.
스토리지에 이르면, 최근 몇 년간 주목받던 컨버지드와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컨버지드가 랙 레벨에서 통합된 데이터센터의 구현 형태라면, 하이퍼컨버지드는 유닛 단위에서 컴퓨트와 스토리지의 경계를 지운다. 그리고 스케일아웃 가상화와 서비스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 등을 생각하면 확실히 제온 E5 레벨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은 ‘하이퍼컨버지드’ 형태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어찌 보면 감히 손 못대던 꿈의 모델이 이제 가까이 온 셈이다.
물론 외부 가속기를 위한 여지도 남아 있다. VT-d와 SR-IOV로 VM에 직접 붙는 외부 하드웨어 구성에서는 리소스 디렉터나 VM 관련 개선 등과 함께 네이티브 구성에 필적하는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인프라 구성에서의 전통적인 역할 기반 공간 구성이 완전히 흔들릴 수 있을 정도인데, 우스갯소리로 이제 2U x86 서버들과 물리적 연결을 위한 L2급 스위치 정도로 전체 인프라의 물리적 설치가 끝나는 시대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제온 E5 v4의 트랜지스터와 다이 크기. 물리적으로 성능 향상이 힘들면 논리적으로 가야 된다.
사실 전통적인 의미로 보면 무어의 법칙은 이미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다다른 것 같다. 길지도 않은 일정 주기로 트랜지스터 수를 두 배로 집적하는 것은 공정 개선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동작 속도 향상과 전력 소비량, 실리콘 면적 확대에 대한 현실적 한계가 대두되면서 단순한 성능 향상도 예전처럼 쉽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일정 주기별 성능을 두 배 향상한다는 것은 의외로 아직 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애플리케이션 최적화와 함께 하는 가속기의 존재다.
X86 프로세서는 MMX 이후 지금까지 원래 있던 명령어보다 더 많은 확장 명령어가 추가되어 온 바 있으며, 이런 최신 명령어들의 활용은 이전 세대 대비 큰 폭의 성능 향상을 가져오고는 했다. 최신 프로세서가 필요하다는 부분이 하드웨어 종속성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미래가 현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확장 명령어는 가장 보편적인 표준 규격의 워크로드를 감안해, 다양한 형태로의 활용이 가능한 범용성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몇 세대 정도의 프로세서에서 무어의 법칙은 이런 식으로 현실화되어 왔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렇게 갈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때 기존의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사실 성능향상은 5%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것만으로 세대별 성능 향상이 정체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방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도 꾸준히 ‘현대화’ 되어야 하며, 애플리케이션과 워크로드에 중점을 둔 선택과 집중, 최적화는 IT 산업 전반에서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되어 가고 있다.
▲ 은근 자극적인 성능 향상 코멘트들이 보이는데, 이게 다 하드웨어 가속 기술 덕분.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전용 회로를 활용하는 ‘가속기’의 활용도 그 의미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가상화와 SDI 초기에 모든 것을 범용 하드웨어로 해결한다는 고집에 가까운 생각은 이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이며, 이제 다양한 가속기를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더 큰 고민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프로세서 제조사들도 암호화 등 범용적으로 활용되고, 하드웨어 지원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에 가속기 등을 프로세서 내부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이다.
사실 애플리케이션 최적화를 위한 가속기의 활용은 이미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범용 병렬 연산을 위한 가속기로 GPU의 활용 등은 이제 익숙해진 부분이고, 현재의 슈퍼컴퓨터에서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있어 GPU 연산 가속 등은 이제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암호화를 위한 확장 명령어나 별도 가속기는 물론이고, 영상 처리 부분에서도 별도의 하드웨어 디코더와 인코더가 SoC나 GPU 등에 들어가 있는 것은 이제 기본 구성으로 보일 정도다.
그리고 가상화와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의 시대와 사뭇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가속기’를 인프라 안에 어떻게든 녹여 넣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어 간다. 제온 E5 v4가 강조했던 리소스 디렉터와 VM 관련 기능들도 다시 보면 가상화 기반 인프라에서 가속기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리고 지금은 특정 기능을 위한 박스 어플라이언스지만, 향후에는 VM 이미지와 하드웨어 카드로 만드는 절충형 어플라이언스도 나오지 않겠나 싶다.
▲ 최신 기술의 장점을 최대한 취하려면 소프트웨어도 발맞춰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무어의 법칙 달성의 기준은 성능 쪽으로 기울어 가고, 다양한 한계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할 다양한 방법이 접목되고 있다. 그리고 이 무어의 법칙의 달성은 사회 전체로 보면 세상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날이 갈수록 중요해져 간다. 또한 시스템 단위에서의 목표 달성에 있어서도 애플리케이션 워크로드 최적화 측면이 더욱 중요해지는 분위기가 보이며, 실제 인텔 이외에도 모두가 이런 방향성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찾아 가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로의 움직임은 예전 여느 때의 움직임보다도 빠르며, 기반 기술도 이제 안정화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막상 2~3년 전만 해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였을 정도이니, 제온 E5 v4가 여느 때의 틱-톡 모델과 기존 브로드웰 아키텍처의 특징을 꽤 벗어나는 것도 납득될 정도다. 그리고 또 다른 감상으로는, PC쪽에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던 브로드웰 아키텍처지만 서버 쪽에서는 그 진가를 보임을 넘어, 변화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일련의 변화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다. 최신 플랫폼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하는 식으로 기존의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새롭게 해 가는 것은 이제 기술의 발전을 느끼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의 차이가 무어의 법칙의 달성에 대한 논란의 핵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다른 우스갯소리로는 최신 서버로의 교체 이유 중 상면 비용에 직결되는 데이터센터의 ‘땅값’ 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이제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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